2005년. 전국적으로 교수촌 조성사업이 붐을 일으키던 때, 천안도 성거읍 오목마을에 조용히 ‘대학인의 마을’을 추진했다. 사업목표는 불확실하고, 실효성에도 의문이 든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천안시는 과감하게 강행했다. ‘관내 대학이 몇 개인데 많은 교수들이 외지에서 출·퇴근한단 말인가.’ 불만은 이같은 방향으로 해결책을 내놓게 됐지만 추진은 몹시 더뎠다.
2015년 3월에 이르러 1·2차 분양공고에 나서게 된 천안시. 결과는 참담했다. 1·2차 응찰자가 없었으며 수의계약자도 단 한명 찾지 못했다. 완벽한 실패였다. 대학인의 마을, 즉 교수촌은 책임질 사람도, 잘잘못에 대한 분석도 없이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2016년 5월 ‘대학인의 마을’을 ‘오목마을 단독주택용지’로 명칭을 바꾸고, ㎡당 분양가를 조성원가인 40만원대로 정했으며, 제1종 전용주거지역에서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하고, 건폐율과 용적률도 완화해 다시 분양에 나섰다. 1·2차 입찰에도 신청자가 없었으며,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다 그마저 여의치 않자 10월7일 분양중지했다. 취지가 무색하게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서쪽을 향하고 있는 오목마을 단독주택용지는 비탈져 있으며 주변 건물이 없어 한적하다. 고지대로 전망이 좋으며, 멀지 않은 고세 공장들도 가동되고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다.
천안시 “손해는 최소한으로 가자”
구본영 시장은 의회 단상에 나서 “손해를 보더라도 최소한으로 해결해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전 대에 얽힌 실타래를 풀려니 ‘갑갑’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두달간의 고민 끝에 천안시가 다시한번 칼을 빼들었다. 오목마을(성거읍 오목리 162번지 일원) 전체토지 안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용도지역을 완화하고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땅을 팔아야 하는 천안시는 대상 토지의 효용성을 한층 증대시켰다. 제1종일반주거지역을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조건을 부여해 공동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도록 하고, 전체토지를 경쟁입찰 방법으로 일괄 매각하기로 했다.
오목마을 조성토지는 모두 84필지. 매각면적은 6만5999㎡에 이르며, 매각 예정가격은 151억4514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기존의 일반택지와 공공용지 부분을 포함해 입찰시 매입희망자의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제2종일반주거지역 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천안시는 오목마을에 대한 장점을 강조한다. 천안IC와 북천안IC에 인접해 있으며, 천안역과 천안아산역 등 편리한 교통망으로 접근성이 좋다. 이런 접근성으로 인근 주요 대학교에서 10분 이내 진입이 가능하고 시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1차 입찰은 오는 2월14일 오전 11시 서북구청 회의실에서 진행되며, 자세한 문의는 도시건설사업소 도시사업과 분양환지팀(☎521-2755)으로 연락하면 된다.
2월14일, 숙제는 풀릴 수 있을까
천안시내를 빠져나와 성거읍으로 한참을 가다보면 오른쪽 언덕빼기로 오목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에는 몇몇 공장들이 눈에 보일 뿐 사람이 살기로는 기반여건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은 아니다. 전원주택마을로의 매력이 눈에 확 띄지는 않는 곳으로, 단 한건도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선명하다.
2005년 당시에는 관내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수요조사한 결과 100가구 이상이 희망신청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답변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인 천안시의 추진과정에는 좀 더 세밀한 분석이 없었음이 아쉽다.
천안시는 2011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곳 6만6538㎡에 단독주택 62세대를 수용하는 전원단지는 커뮤니티센터, 공동텃밭 등도 마련해 보다 차별화된 고품격 전원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2015년 1·2차 응찰자도, 2016년의 1·2차 응찰자도 한명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분석을 요구하니 천안시는 크게 두가지 실패요인을 꺼내놨다. 하나는 수요자들이 ‘비싼 분양가’를 문제삼았다는 것이다. ‘㎡당 40만원대’로는 재테크로 매력이 없다는 것. 수요자인 대학교수나 임직원들이 내심 ‘수익성’에도 눈독을 들였지만 주변시세와 별 차이가 없자 애써 들어갈 이유가 없어졌다. 천안시가 말하는 또다른 이유는 ‘10년 세월’에 있다. “2005년 당시 바로 사업을 추진했다면 사회 분위기나 경기여건으로 볼 때 지금보다는 분양이 일정 이뤄졌을 것”이라며 “세월이 흐르다 보니 변화가 찾아왔고, 불행히도 모든 여건이 부정적으로 흘러버렸다”고 분석했다.
천안시는 이번에 ‘오목마을 단독주택용지’ 깔끔하게 털어내 어려운 숙제 하나를 풀어낼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