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닭은 꿩과에 속한 새이다. 약 2600년에서 4000년 인도·말레이시아·미얀마 등지에서 기르기 시작했다. 닭의 조상은 붉은멧닭·회색멧닭·실론멧닭 따위라고 알려졌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닭은 인도·미얀마·말레이시아의 숲에 사는 멧닭을 길들인 것이다. 닭은 보통 고기나 알을 얻기 위해서 기른다. 품종은 기르는 목적에 따라 크게 몇 가지로 나뉘는데, 현재 전 세계에 약 200종이 있다. 닭은 가장 많이 사육되는 가금(家禽: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이다.
-우리나라 민담에도 닭을 소재로 한 내용이 있다. ‘나무꾼과 선녀’에서는 날개옷을 찾아입은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 버리자, 나무꾼은 수탉이 되어 하늘을 향하여 운다. 또한 ‘심청가’에서는 “닭아 닭아 우지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는 대목이 있다. 닭에 관한 속담도 매우 많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거나 ‘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쇠꼬리는 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서로 무관심한 태도를 가리켜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이라고 하며, 희망이 없을 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고 한다.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선후관계를 따지기 참 어렵다. 그러나 2010년 닭과 달걀의 순서를 밝힌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셰필드대와 워윅대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를 통해 달걀의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오보클레디딘-17(OC-17)’이라는 단백질이 탄산칼슘을 방해석 결정체로 바꿔 달걀껍질을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이 단백질은 닭의 난소에서 발견된 성분과 같다. 결국 닭의 난소 성분이 있어야 달걀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결과는 ‘닭이 달걀보다 먼저’라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적인 증거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서 닭의 울음소리는 귀신을 쫓는 벽사의 기능을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닭이 제때 울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여겨진다. 닭이 초저녁에 울면 재수가 없다고 하고 밤중에 울면 불길하다고 하며 수탉이 해진 뒤에 울면 집안에 나쁜 일이 생긴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닭은 이미 신라의 시조설화와 관련돼 등장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김알지(金斡智) 탄생담에 의하면, 신라왕이 어느 날 밤에 금성(金城) 서쪽 시림(始林) 숲속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호공(瓠公)을 보내 알아보니 금빛의 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고 흰 닭이 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 그래서 그 궤를 가져와 열어보니 안에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는데, 이 아이가 경주김씨(慶州金氏)의 시조가 됐다”고 했다. 그 뒤 그 숲의 이름을 계림(鷄林)이라고 했으며 신라의 국호로 쓰이기도 했다.
-닭은 항상 새벽에 우는 이유는 무얼까?
닭은 뇌에서 직접 빛을 감지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빛에 민감하다. 빛에 반응하는 송과체가 닭을 살아있는 자명종 역할을 하도록 한다. 실제로 빛이 차단된 공간에 닭을 두면 새벽이 되어도 울지 않는다. 닭 뿐 아니라 참새, 까마귀 등 다른 조류들도 마찬가지다.
-닭에 대한 해학 한토막. 어떤 사람이 친구집을 찾아가니 차려온 술상에 안주라고는 채소뿐이었다. 주인이 미리 말막음으로 “집안이 구차해서 고기 한 점 안 놓여 미안하네.” 하였다. 그 때 마침 마당에 닭 여러마리가 나와서 모이를 쪼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은 “대장부가 친구를 만나 어찌 천금을 아끼겠나? 내 당나귀 잡아 안주를 장만하게나.” 하였다. 주인이 깜짝 놀라 “나귀를 잡아먹으면 자넨 무엇을 타고 돌아가겠나?” 물었더니 “닭을 타고 가지.” 주인은 크게 웃고 닭을 잡아 대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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