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출신인 신남철(54) 자연미술작가가 책을 냈다.
‘강이 반듯해지고 물고기 등은 휘었다’라는 미술에세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교사시절 참교육 실천을 위해 노력해왔고, 학생 인성교육개발모임인 ‘마인드비전연구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1982년 ‘야투한국자연미술가협회’ 회원으로도 왕성히 활동했던 그는 지병(루게릭병)으로 2010년 천안신당고에서 명예퇴임하고, 이후 요양원에서 투병중에 있다.
책은 그의 지인들이 나서 예전부터 써왔던 글과 그림을 엮어냈고, 그가 없는 출판기념회에는 김지철 충남교육감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참석해 축하를 나눴다.
조재도 작가는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적당한 키에 약간의 곱슬머리, 다부진 상체에 말투는 느릿느릿하고, 웃기를 잘 했다. 촌티나는 말투와 행동을 볼 때 악착같이 일할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성실하고 소박하고 선량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허허실실 하는 것 같아도 때론 일전을 불사할 정도의 결의도 가지고 있었다.
야간자율학습 문제로 교사들간 편이 갈렸을 때 멜빵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 적이 있었다. 그날은 육탄전을 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미술교사였지만 자연미술작가이기도 했던 그. 주류 미술계와는 거리를 두고, 예술적 영감에 따라 자연 속에서 작업하는 그에게 ‘야투’에서의 활동은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시사적 메시지 담은 글·그림
신씨는 드로잉, 만화와 애니, 설치미술, 입체미술, 행위예술, 사진 등 다양한 작품에 에세이를 입혔다. 눈에 띄는 것은 작품 하나하나가 사회적, 인간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관련, 가축우리를 그려놓은 작품을 통해서는 재배와 사육 문화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생명을 공산품화한 현대문명에 대한 자연의 경고성 메시지중 하나로 본 것이다. MB터널도 그렸다. 2009년 MB정부가 들어서자 ‘이제 우리는 터널여행을 본격적으로 해야한다.
터널에 들어오던 빛은 없고 캄캄한 암흑 뿐이다. 짧지 않은 4년, 촛불이라도 켜야 우리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책에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대부분 이렇다. ‘밑동이 잘린 나무’, ‘등이 휜 물고기’, ‘골목길’, ‘절개지’, ‘개간된 땅’ 등을 통해 좀 더 인간적인 사회를 추구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지 못한 인간의 이기적인 ‘플레이’는 결국 자연을 망치고 부메랑이 되어 인간도 해가 되는 순환적 구조를 갖고 있음을 역설한다.
2009년의 어느 날, 늘 하던 젓가락질이 안되고 걸음걸이도 이상해지는 자신을 보며 병이 있음을 알아차린 그. ‘루게릭병’으로 판명나고, 학교를 사직해 요양원에 들어가는 날에야 ‘불행’을 실감한 그는 환자로써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간간히 글로 쓰기도 했다.
‘환자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 또한. 불편함이 늘면서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배려가 필요하게 됐다. 어릴 적, 소아마비 친구가 있었는데 나를 만나면 즐거운 이유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어서였단다.
오늘 그가 그립다’고 했다. ‘설거지하는 아내’를 통해서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