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사이에 3개 지역 4개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천안시. 이 때문에 벌써 3만마리가 살처분됐다. 할 수 있는 일이 ‘방역’밖에 없다는 것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1일 저녁(5시30분경)에도 동면 화계리에서 의심증상이 신고됐다. 종오리 2마리가 폐사하고 산란률이 감소하는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간이검사 결과 양성(H5). 정확한 검사결과는 일주일쯤 걸리지만, 기다릴 필요도 없이 2일 오전 8500수를 살처분했다. 관계자는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예외없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의한 감염으로 나온다”고 했다. 괜히 며칠 기다렸다가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어서 ‘즉결처리’해버리는 것이다.
이틀 전인 11월30일에는 천안 풍세면 보성리 종오리 농장에서 AI 의심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10분 예찰중에 발견된 이모씨 농장은 오리 4320수를 기르고 있었으나 7개동 중 1개 동에서 산란율이 반으로 감소되고 사료섭취도 줄어드는 증상을 보이자 즉각 신고했다.
이곳은 봉강천 야생조류 분변 검출지역에서 거리로 2.8㎞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며, 당시 이동제한중인 농가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절망으로 다가왔다. 가축위생연구소 간이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타났고, 천안시는 1일 이들 오리를 전부 살처분했다. 이곳으로부터 인근 500m 이내에는 토종닭 5500수를 기르는 한 농가가 있으나 10㎞ 이내에는 229만3000수가 사육되고 있었다.
동면 동산리 농장 방역모습.
자율방역단까지 운영했는데…
AI로 인해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천안 성남면 봉양1리는 방역당국과 지자체에서 방역초소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주민 스스로도 자체방역단을 구성·운영하고 있다.
봉양1리 마을입구에 자동살포 소독시설을 설치하고 마을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에 대해 방역하고 축사주변을 소독, 우리 마을은 스스로 지킨다는 마음으로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1월24일 동면 동산리에서 시작된 천안 AI는 병천과 풍세를 거쳐 12월1일 또다시 동면 화계리로 옮겨붙었다. 동면도 부단히 노력했다. 첫 AI가 터지자 이틀 뒤인 11월26일 박승복 면장이 진두지휘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관내 13곳의 가금농가를 직접 방문해 생석회 살포와 소독약 공급·살포 등 방역활동을 지원했다. 특히 축사 주변의 논갈기 작업과 함께 하천변 소각, 출입통제 플래카드 설치 등을 통해 철새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는데 만전을 기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사라지고, 일주일만인 12월1일 이번에는 동면 화계리 농가에서 AI가 발견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철새에 의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며, 농장간 이동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항간에 비정상적인 집단사육에서 기인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원인을 찾지 못하니, 답답한 상황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