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 발생농가 주변을 방역하는 관계자들.
조류독감의 단골지역이 돼버린 천안이 다시 그 악명을 잇게 됐다.
지난 24일(목) 천안 동면 동산리 박모씨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판정으로 1만마리를 살처분했다.
이곳 농장은 90수가 폐사하고 사료섭취 감소, 활동성 부족 등의 상태가 감지되자 24일 오전 9시20분 검역당국(충남축산과·가축위생연구소)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9시30분 초동방역팀이 곧바로 투입되고 9시40분부터는 현장 확인조치가 이뤄졌다. 간이검사를 통해 4마리중 2마리가 양성반응을 보여 살처분을 결정, 절차를 거쳐 오후에 1만마리를 살처분했다. 정확한 검사결과는 28일 이후가 돼야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발생농가 1만수 외에 500m(관리지역) 이내 4농가 1만6400수, 500m~3㎞(보호지역) 5농가 16만9800수, 그리고 3㎞~10㎞(예찰지역) 35농가 55만2900수가 사육되고 있다.
이날 11시40분 브리핑을 가진 이성규 산림환경국장은 “최근 AI로부터 농가보호를 위한 방역활동에 철저를 기했음에도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살처분을 비롯해 방역활동과 이동제한금지 조치에 주력하고, 발생농가 외에도 AI 발생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즉각 살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조류독감에 대한 악재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경 인근 병천면 봉황리에서도 강모씨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육용오리 5800수를 사육하는 이곳은 200여 마리가 폐사해 신고됐으나 25일 오전 7시 실험실 검사결과 H5형(고병원성 유형)으로 확인됐다. 이에 인력과 장비를 시급히 갖춰 살처분했다. 이곳은 500m 이내 1개농가가 오리 5500수를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철새?, 발병원인을 찾아라
이번 조류독감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심각성이 크다.
인근 아산 또한 23일 신창면에서 조류독감으로 확진, 닭 2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조류독감은 경기, 충청, 전라도에 이어 세종시까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4일 AI 위기 경보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지만, 정부의 뒤늦은 대처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진행되며, 농식품부의 결정에 따라 전국 모든 시·도에는 방역대책본부와 상황실이 설치·운영된다.
이번에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그간 국내에서 발생했던 유형(H5N1, H5N8)와 다른 H5N6형으로 2014년 4월 중국에서 처음 발생했던 유형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 겨울 첫 발생했으며, 확산속도와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H5N6형 바이러스는 올해 야생철새에서 첫 검출, 이번 감염원인은 철새가 유력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H5N6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것은 10월28일 천안 풍세면 봉강천 일원이며, 11월10일에는 전북 익산시 춘포면 만경강 야생조류에게서, 삼일 뒤에는 풍세변 봉강천 일대 야생조류에서 또다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는 “방역당국이 국내 주요 철새 도래지 2000여 건의 시료를 채취조사한 결과 천안 봉강천에서만 검출됐다는 것은 철새에 의한 전파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미 국내에 유입된 바이러스가 잠복하고 있다가 기온이 떨어지면서 발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원인으로 사람과 차량에 의해 마구 옮겨졌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AI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천안시 서북구보건소는 천안과 인근 아산 등지에서 살처분이 진행됨에 따라 예방접종을 비롯해 보호구착용법 교육, 홍보물 발송 등 AI 인체감염 예방조치에 총력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류독감’은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으로 닭, 오리, 야생 조류 등에서 발생하는 급성전염병이다. 사람이 조류독감에 감염될 때에는 발열, 기침, 인후통 같은 전형적인 감기증상들을 보이며, 폐렴이나 중증 호흡기질환도 동반할 수 있다. 조류독감에 걸린 조류의 배설물에 접촉한 사람들에게서 주로 발병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된 사례는 단 한건이 알려져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