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5년.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교수촌 조성사업이 붐을 일으켰다. 인근 아산도 교수단지추진위원회가 제안해 조합형태로 ‘동화지구 전원마을’이 추진됐으며, 천안도 시대의 흐름을 따르듯 ‘대학인의 마을’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는 우려높은 시선을 보냈다. 사업목표도 불확실하고, 실효성도 의문이 든다는 점을 강하게 알렸다. 시의회에서는 ‘외진 위치’를 문제삼기도 했다. 그러나 천안시는 ‘대학교수들의 천안거주’를 명분삼아 그대로 추진했고, 2015년 3월에 이르러 1·2차 분양공고에 나서게 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1·2차 응찰자가 없었으며 수의계약자도 단 한명 찾지 못했다. 완벽한 실패였다. 대학인의 마을, 즉 교수촌은 책임질 사람도, 잘잘못에 대한 분석도 없이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결과적으로 얼마나 잘못된 추진이었을까는 현 구본영 시장의 시정질문 답변에서도 나타난다. 유영오 의원이 “단 한 필지도 팔리지 않았죠?”라고 묻자 구 시장은 “팔릴 곳이 아닙니다” 말했다. 뻔한 실패를 알면서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추진과정 ‘장점인지, 단점인지’ 주먹구구 분석
‘천안 대학인의 마을’로 추진됐던 천안 성거읍 오목마을 현장. 위에서 내려다보니 주변 공장들도 보이는 등 전원주택마을로의 매력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2005년 관내 13개 대학의 교수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수요조사한 결과 긍정적 신호(100가구 이상 희망신청)를 얻은 ‘대학인의 마을’은 2011년이 돼서야 본격출발을 알렸다. 당시 천안시가 참여하는 공영방식으로 진행, 3.3㎡당 116만원의 잠정분양가를 정했다.
성거읍 오목리 136번지 일원 6만6538㎡에 단독주택 62세대, 거주인구 160명을 수용하는 전원단지 조성이 밑그림이었다. 여기에는 커뮤니티센터, 공동텃밭 등도 마련해 차별화된 고품격 전원단지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외진 곳이라는 비판에도 천안시는 “도심과 접근성, 북천안IC 등 외부접근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2015년 1·2차 응찰자도, 이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분양했어도 한 필지 안팔렸다.
천안시는 올해 ‘오목마을 단독주택용지’로 명칭을 바꾸고 주택용지 61필지에 전체면적 3만3566㎡에 대해 ㎡당 분양가를 조성원가인 40만원대로 정하고 제1종 전용주거지역에서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하고 건폐율과 용적률도 완화했다.
시는 지난 4월 분양공고를 내고 “접근성이 뛰어나고 인근대학교에서 10분 내 진입이 가능하며 시내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15분 거리에 있어 좋은 입지를 갖춘 곳”으로 소개했다. 또한 사업지구 내 상·하수도, 전기, 통신, 도시가스 등 주거생활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모두 완비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5월 또다시 1·2차 입찰에도 신청자가 없었으며,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다 그마저 여의치 않아 지난 10월7일 분양중지했다. 시 도시사업과 분양환지팀은 현재 성거 오목마을에 대한 이용계획을 검토중에 있다. 구 시장은 “택지를 산업단지로 전용하는 데에도 50억원 정도가 들어가 고민”이라면서 “아무튼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가겠다”고 밝혔다.
실패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 필요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학인의 마을이 어째서 일반분양조차 한건도 성사되지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했을까. 2005년 당시 수요조사에서도 대학관계자들의 호응을 얻어냈던 바, 10년의 세월이 흐른 상황에서 180도 생각이 바뀐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먼저 천안시는 크게 두가지 실패요인을 꺼내놨다. 하나는 수요자들이 ‘비싼 분양가’를 문제삼았다는 것이다. ‘㎡당 40만원대’로는 재테크로 매력이 없다는 판단인 것. 수요자인 대학교수나 임직원들이 원한 건 ‘수익성’이었지만 주변시세와 별 차이가 없는 곳을 애써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성과정에서 ‘특혜문제’가 잠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 분양시점에서도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민간업체와 달리 법적문제로 가격할인 등을 할 수 없는 형편에다, 그들이 원하는 분양가는 훨씬 밑도는 금액으로 타협점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천안시가 말하는 또다른 이유는 ‘10년 세월’에 있다. “2005년 당시 바로 사업을 추진해 완료했다면 사회 분위기나 경기여건 등으로 볼 때 지금보다는 분양이 일정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10년이란 세월이 흐르다 보니 모든 여건이 부정적으로 흘러버렸다”고 분석했다. 시 관계자는 “무조건 실패할 사업이었다는 비판에 앞서, 당시 여러 여건으로 볼 때 시도해볼 수 있었던 사업”이었음을 강조하며 ‘인재(人災)’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실패이유에, 추가로 잘못 추진된 사업으로 내다보는 시선도 있다.
추진과정에서 천안아산경실련 정병인 사무국장은 “대학교수가족 전체가 천안으로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자녀교육, 교통, 문화충족 등 주거환경에 있다”며 “이런 선결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타 지역도 애초 순수한 사업목표와는 달리 전원주택지 개발·분양에 그치지 않았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천안시의회도 현장방문을 통해 “진·출입로나 풍경도 좋지 않은 데다 위치도 나쁘다”는데 공감한 바 있다. 안상국 의원은 “태조산 밑이라면 상당한 인기가 있었을 텐데 성거 오목리로 정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했다.
유영오 의원은 지난 10월 시정질문을 통해 “의원으로서도 반성한다. 많은 의원들의 지적과 염려가 있었음에도 의회가 동의해준 것은 결국 의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에 구 시장은 “과거정책에 대해 연연하기 보다 현실적으로 최대한 해결방안 마련이 중요하며, 산단이든 테마파크든 공단이든 다각적인 분양방법을 모색해가겠다”고 밝혔다.
‘대학인의 마을’ 추진의 완전실패는 사업을 만들고 추진하는 공무원들의 정책적 판단이나 추진과정에 향후 좋은 밑거름이 돼야 한다. 실패를 거울삼아야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시의회 또한 시의 사업을 꼼꼼히 살펴 위험부담이 큰 사업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취지가 좋아 승낙해주는 식이라면 제2, 제3의 ‘대학인의 마을’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