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밭에선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최근 일부 천안시의회 의원들이 신발끈을 고쳐매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1일 의회 원도심활성화연구모임(대표 인치견)이 인천과 서울에 선진지견학을 가면서 벌어졌다. 이날 인천 차이나타운, 월미도문화의거리, 센트럴파크 등을 견학한 연구모임 의원(인치견·황천순·김각현·안상국·황기승)들은 다음날 북촌, 창덕궁, 남산골 일정을 위해 서울로 향했다. 이때 국회견학을 마친 초선의원(엄소영·김은나·김행금·이종담·김선태)들과 만나 식당으로 향했다. ㄴ식당을 직접 예약한 의회직원은 ‘찌개백반집’이라고 말했고, 한 의원은 “주꾸미와 낙지 샤브요리였다”고 기억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식사도중 우리은행 정모 부행장이라는 사람이 찾아온 것이다. 시는 1조7000억원대의 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측도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식사비는 부행장이 계산했고, 이후 일부의원들과 2차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봐도 부적절한 관계였다.
하지만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종담 의원은 “안상국 의원이 친구를 만나고 오겠다고 해서, 이리로 오시라 했다. 혼자 찾아왔는데 부행장인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 의원은 “식사자리에서도 시금고 이야기는 일절 없었다”고 했다.
껄끄로운 자리임에도 부행장이 계산하게 된 연유에 대해서는 이모 주무관(의회직원)은 “식사 끝날 즈음 40여만원 나온 식사비를 제가 하려는데 카운터에서 이미 계산됐다고 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구모임을 이끌고 있는 인치견 대표는 “부행장이 계산한 것을 알고는 난처한 상황을 표했고, 안 의원님이 개인돈으로 돌려주마고 해서 그런줄 알고있다”는 것이다. 40여만원의 식사비는 원래 의회 법인카드로 사용되는 것으로, 값비싼 음식을 대접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의원들과 의회직원의 입장이다.
이후 2차에 대해서도 흉잡힐 일은 없었다고 했다. 인 의원은 “의원 대부분은 각자 볼일들을 봤고, 부행장과 2차라고 해야 한두명의 의원들이 차를 마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문제라면, 다른 은행들은…
시금고 선정에 앞서 의원모임에 관계자가 나타나 인사를 하고 밥값을 계산한다는 것은 ‘냄새’가 나는 일이다. 그러다 덜컥 해당은행이 시금고에 선정되기라도 한다면 의원들이 힘을 보탠 결과라는 추정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심각할 수도 있는 사안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의원모임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합석했고, 값비싼 식사도 아닌데다 식사비도 의회 법인카드로 계산하면 되는 일이며 더구나 시금고 관련 대화는 일절 없었다고 해서 쉽게 의혹을 풀 일인가 말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우리은행만의 문제점으로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번 시금고에 뛰어든 농협, 국민은행, 하나은행 또한 이미 의원들을 상대로 접대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그렇게 본다면 다른 곳들은 전체의원에게 더 비싼 음식을 접대했으므로 더 큰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의원은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이같은 일들이 결코 보기좋은 모습은 아니라는 데에 공감하며, 적어도 이번 우리은행이 고의적으로 접대했다손 치더라도 모든 경쟁은행들이 같은 식사대접을 한 것이 형평성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9월28일부로 효력을 갖췄다. 이같은 일들은 모두 이전에 발생한 일이 돼버렸다. 김영란법이 가동된 이후로는 3만원 이하의 식사비만 대접받을 수 있으며, 업무연관성이 있다면 이마저도 금지된 상황이다. 천안시의회 의원들은 이들 은행들로부터 접대받은 것이 김영란법 이전의 마지막 만찬이었을 수도 있다.
<김학수 기자>
천안시 차기 시금고 ‘NH농협, KEB하나’ 선정
천안시는 올해 말 약정기간이 만료되는 차기 금고를 지정하기 위한 심의위원회를 10월21일 천안시청 중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천안시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천안시 자금을 운영할 시금고로 제1금고는 농협은행, 제2금고는 하나은행으로 선정했다. 차기 금고에 선정된 농협은행은 일반회계와 기타특별회계, 하나은행은 공기업(상·하수도, 공영개발) 특별회계를 각각 맡아 관리하게 된다.지금까지는 3개 금융기관이 회계를 분담해 금고업무를 수행했으나 지방재정법 및 행정자치부 예규 등이 변경되면서 2개 금고로 축소해 운영하게 됐다.
공개경쟁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시금고 선정은 행정자치부 금고지정 기준과 천안시 금고지정 및 운영규칙의 규정에 따랐다. 이에 각 은행에서 제출한 제안서를 바탕으로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시에 대한 금리, 지역주민의 이용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협력사업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
한편, 차기 천안시 금고로 지정된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시와 금고약정을 체결한 뒤 2017년 1월1일부터 2020년 12월31일까지 4년간 천안시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등을 맡아 금고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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