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도예로 존재 꽃피우다

김혜경(59·도예가)/ 씨앗 통해 생명의 영원성과 다양성 추구… 네번째 개인전 준비

등록일 2016년10월1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도예가 김혜경(59). 세 번째 개인전 이후 조용히 지내오다 보니 마음속 창작에너지가 가득 쌓여 배어나올 것만 같다.

충분히 충전했으니 내년 가을쯤 네번째 개인전을 가지려 해요.”

손으로 꼽아보니 벌써 9년째 소식없이 지낸 것 같다.

앞으론 자주 하려구요.”

혜경씨의 작품컨셉은 자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의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꿈꾸는 그녀. 자연의 무한한 소재 속에서 그녀가 찾은 것은 씨앗이다.

씨앗은 연속성과 영속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주어진 시간 속에서 생명의 영원성과 다양성은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과 일치하죠.”

그래서 그녀의 도자기에는 씨앗의 형태가 다양한 조형미를 갖고 등장한다.
 

특히 요즘에는 그 생각들이 더욱 발전해 가고 있다.

형태조차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에 동화되도록 하고픈 그녀는 작품도 유약 없이 그을음으로만 나타내기도 한다. 물론 자연스럽다고 해서 무질서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 그간 열려있던 그녀의 작업실 겸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구운돌에 대문을 달았다.

대문을 달아도 찾아오는 이들에겐 불편함이 없도록 하면서, 그녀도 가끔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혜경씨는 활짝 웃는다.

때론 대문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있어야 할 게 있는 것, 그게 더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요.”
 

물레처럼 인생은 돌고돌아
 

초등학교 때는 빛나는 시절이었다.

혜경아, 나 그림 한 장만 그려줄래.” “나도, 나도.”

친구들은 졸졸 따라다니며 그림 좀 그려달라고 했다. 정말 기뻤다. 친구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걸 일찍 알게 됐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엄마의 눈초리가 사나워져 있음을 알게 됐다.

제가 그림을 그리면 엄마는 때리기까지 하셨죠. 이유는 뭐, 여자가 화가로 사는 삶이 싫었던 거겠죠. 엄마는 선생님이 되라 하셨어요.”
 

그렇게 교대를 시험보곤 떨어졌다. 엄마는 풀 죽은 아이를 오래도록 바라보셨다. 6월쯤인가, 엄마는 공부하고 있는 딸을 가만히 불렀다.

이번엔 네가 하고싶은 걸 해보렴.”

엄마의 목소리는 많이 누그러져 있었고, 그런 딸은 엄마를 바라보며 머릿속에 미대를 그렸다.

시험때까지 남은 기간은 단지 4개월. 공부도 하고 실기준비를 위해 서울에서 제일 잘 가르친다는 미술학원도 다녔다.

하고싶은 욕심이 드니 집중력이 높아졌다. 잠잘 시간도 아까웠다. 그렇게 해서 이화여대 생활미술과에 하니 합격했다. 스스로에겐 기적같은 일, 그만큼 절박했고 가고싶은 곳이었다.

그런데요. 대학에서 그렇게 열심히 배웠던 것이 쓸모없게 돼버렸지 뭐예요. 졸업 후 바로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다 보니 그리 되더라구요.”

커피를 홀짝이는 혜경씨는, 그러나 삶이 그럴 뿐 후회할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진작가인 남편 박사과정을 밟는 것을 내조하고, 아이들 키우는 일이 어디 작은 일인가.

십수년, 세월이 흐른 뒤 무얼 갖고 다시 시작할까 정말 고민 많이 했다는 혜경씨.

일본에 있을 때 유리공예를 배운 것을 살리려 했지만, 80년대 초반 우리사회에 유리공예는 낯설었고, 무엇보다 혼자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끙끙 앓다시피 메뉴를 고민하다 도예를 만났다.

일본에 다시 가게 되자 일본도예가를 찾아갔죠. ‘전 전업도예가가 될 거예요. 가르쳐주세요하고요.”

그렇게 가미야노리오 스승에게 배우고, 더불어 이병호 선생님을 소개받아 스승으로 모셨다.

갈때까지 가보자며 상명대 대학원(요업디자인)까지 졸업했다. 대학원에선 무엇보다 유약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열심히 배운 끝에 나만의 유약을 만들어 쓸 줄 아는 수준까지 올랐다.

그런 노력으로 2001년 첫 개인전을 열 수 있게 됐으며, 본격적인 도예가로써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도예가로서 좀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습니다. 내년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한 후에는 여기(구운돌)에서도 전시회를 갖고, 더불어 수강생들과 함께 전시회도 갖고요.”

도예의 끝이 있다면 요즘은 그 끝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