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지난 6일(화) ‘천안농업발전세미나’를 열었다.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세미나는 천안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 200여명이 참석한 상태에서 기조발언과 3개 주제발표로 진행됐다.
기조발언은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채소 계약재배 활성화방안’에 대해 먼저 발표하고 이어 ▶신선하고 안전한 로컬푸드 생산과 저장 및 유통/ 김충구 천안시농업정책과장 ▶학교급식의 조달과 안전한 공급체계 구축/ 송석우 학교급식지원센터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학교급식 식재료/ 백승범 천안시학교영양교사회장 순으로 주제발표에 나섰다.
구본영 천안시장은 인사말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학교현장에서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를 천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 천안시의 기본원칙”임을 강조하며 “오늘같은 세미나를 통해, 또한 학교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가장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로컬푸드의 학교급식공급체계 방안을 마련해가겠다”고 말했다.
계약재배 활성화방안은?
채소는 재배하는 농가입장에서 보면 가격변동이 심해 농가소득이 불안정한 문제가 있고, 상품화에 적합한 원료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가공유통업계의 문제가 있다. 이를 적정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계약재배’다.
우리나라 계약재배를 경험한 농가(최근 3년)는 전체농가수의 22%를 차지한다. 특히 마늘과 양파 농가의 계약재배 경험비율(24.8%)이 가장 높다. 계약상대로는 농협이 68.7%를 차지하고 그 뒤를 이어 산지유통인(11.2%), 김치·식품업체(6.4%) 순이다. 계약재배를 하는 농가들은 30%에서 50% 수준의 선도금을 원하나, 현실은 30% 미만에 그친다.
이용선 연구원은 채소 계약재배 활성화방안에 대해 몇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분쟁소지가 많은 사항을 미리 알고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손익배분비율은 가격등락시 동일하게 하는 방식을 택해 성과에 따라 서로간 비례적으로 이득과 손실을 보도록 한다. 다양한 형태의 계약서 작성에 앞서 기술적, 법률적 조언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계약재배 도우미 제도가 도입돼야 한고 주문했다.
생산자 조직을 통한 계약재배는 계약물량 확대, 거래비용 감소 등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이같은 생산자조직협의체는 지역 테두리를 벗어나 광역으로 확대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계약재배담당자의 전문성을 키우고 다양한 정책사업과 정책자금 금리인하, 기업의 농업분야 진출시 계약재배실적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
또한 중간유통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예약상대거래를 활성화하도록 도매시장거래의 규제를 완화하고 산지유통인 법인화가 선행돼야 한다. 법인화된 산지유통인 등에 대해서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같이 공기업이 농산물 인도와 지급보증 등 중개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정형화된 작부체계 필요”
김충구 천안시농업정책과장은 로컬푸드 재배의 문제점으로 ▷학교급식 현장에서 요구하는 품목의 규격과 신선도, 안전성 등 정형화된 작부체계와 매뉴얼이 없는 점 ▷소규모·다품목에 대한 계약재배와 공급체계에 한계가 있는 점 ▷학교에서 요구하는 시기에 맞게 재배하는데 한계가 있는 점 ▷학교급식 계약재배 특성상 수확된 농산물 전량에 대한 납품에 한계가 있는 점 ▷기존 학교급식으로 납품하던 식자재 유통업체와 갈등관계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 해결점으로 이 과장이 제시한 방안은 ▷정확한 소요품목과 수량 통계자료 마련해 계약재배와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 ▷급식센터와 학교측이 협의해 품목별 규격, 신선도, 안전성 등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농가교육 실시 ▷급식납품을 전제로 저장성이 가능한 품목만 계약재배 시범실시 ▷저장성이 없는 품목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시기에 품목과 수량을 납품하는 조건부 계약재배하고 잔여물량은 로컬푸드 직매장이나 도매시장에 출하·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충구 과장은 생산농민들의 의식전환도 촉구했다. 학교급식이 마치 로컬푸드 판매의 전부인 양 여기면 안된다는 점과 계약재배된 품목은 어떤 일이 있어도 기한 내에 우선 납품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 가격을 결정함에 있어 적정성을 유지하고 생산농민, 학교급식지원센터, 학교가 무엇보다 ‘상호신뢰’로 엮여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천안시 로컬푸드 유통체계는 학교급식만이 아닌 기업체, 대학교, 연수원, 병원 등 대형급식사업장까지 포함해 납품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석우, 식재료 조달문제 해법 제시
학교급식센터의 송석우씨는 식재료 조달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기존 공급업체를 적격업체로 선정해 자율 경쟁구도에 의한 가격인하효과가 부족하고, 학교 소비시장 대비 농산물 생산시스템도 오류상태라고 했다. 소비는 소량 다품목을 원하지만 일시에 대량생산하는 공급체계에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 차별화된 학교급식 전개를 위한 농협의 자원활용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식재료 유통단계를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송석우씨의 생각이다. 생산지와 재료공장의 직거래, 생산시기 조절과 안정된 공급을 위한 작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류비 절감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며, 안전한 식재료 공급을 위한 세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학교급식 식재료 품질관리 기준, 원산지 표시제 준수, 식재료 원물관리, 배송업무의 전문가 육성에 대한 방안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편 백승범 천안시 학교영양교사회장은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학교급식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건강밥상을 위한 식재료관리에는 우수 식재료 사용을 비롯해 위생관리, 학부모 참여, 바른식습관 교육 등을 언급했다. 그는 식재료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종류·규격·품질에 맞는 식품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물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능력이 있는 업체여야 한다. 또한 식재료를 적절한 온도와 습도로 보관할 수 있는 업체, 즉 냉장·냉동고 등 시설설비를 갖추고 있는 업체여야 한다.
더불어 친환경농산물의 수급안정으로 일반농산물로 자주 교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며, 급식차질에 대한 보상범위를 마련해야 한다. 그는 아이들이 건강한 급식을 유지하기 위해 ▷식재료품질기준 적정성 확보 ▷계약재배와 로컬푸드 활성화지원 ▷지역생산자와 연계한 품질중심의 식재료 수급체계 수립 ▷안정적 공급을 위한 작부체계 구축 ▷책임감 있는 배송을 위한 기준설정 등을 주문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