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시선유도봉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말, 성정동 롯데마트쪽에서 종합운동장으로 가던 차량 한 대가 갑자기 불법유턴을 감행했다. 그 바람에 뒤따라오던 차량 몇 대가 당황해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차량이 불법유턴한 자리는 시선유도봉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꽂혀 있는 곳. 그러나 차량이 지나간 자리는 ‘시선유도봉’마저 보이질 않았다. 상습적으로 불법유턴하는 곳이어서 이미 시선유도봉이 훼손돼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도 그곳은 형편이 좀 낫다.
신방동 쌍용중학교 건물 뒷도로. 이곳 또한 시선유도봉이 길게 나있다. 하지만 두군데의 시선유도봉이 시도때도 없이 ‘테러’를 당하고 있다. 한군데는 상가건물 앞이고, 또다른 곳은 중형마트 앞이다.
8월 초순 기자에게 제보가 들어왔다. 그곳(마트 앞)에서 불법유턴이 자주 일어나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고 했다. 현장에서 지켜보니 수시로 중앙실선을 넘어 마트로 진·출입하는 차량이 목격됐으며, 그 위쪽 상가건물에서 가끔 나오는 차량 또한 중앙선을 넘어 불법유턴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쌍용이마트에서 고가교 넘어 하이마트 앞에서도 불법유턴하는 차량이 많다. 시선유도봉은 군데군데 떨어져 나갔다. 운전자들은 곡예를 하듯 눈치껏 길이 나있는 시선유도봉 사이를 유턴한다. 위험상황은 항시 대기중이다.
신방중학교 뒤편 마트 앞. 여기는 훼손과 설치가 무한반복되고 있다.
신방중학교 뒤편 상가에서 나오는 차량들이 시선유도봉을 훼손하고 있다.
동남구청은 담당부서측은 그런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라고 했다. 천안 전역에서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다시 시선유도봉을 설치해도 어느순간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시선유도봉 한 개 설치에 2~3만원 한다고도 하며, 예산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불법유턴하면 편리하다고들 생각합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손님들이 불법유턴하도록 유도하고요. 본인들이 편리하거나 장사에 도움되도록 이해당사자가 일부러 시선유도봉을 없애는 거예요. 시선유도봉이 약하니 두세번 밟고 지나가면 뽑아져 버리고, 누가 그랬는지 잘 알지도 못하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고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면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듯, 예산부터 과하게 쓰여진다. 혹, 문제의 장소에만 ‘견고한 시선유도봉’을 설치하는 것은 어떨까? 견고한 시선유도봉은 그만큼 값은 비싸지만, 한두개 설치하는 것으로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동남구청측은 이같은 제안에 “그럼 왜 거기만 그러냐고, 전체를 다 하라고 시비를 건다”고 골치아파했다. 구청이 현장단속하는 곳이라면 본청은 관련 정책을 세우는 곳. 그러나 그같은 문제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으며, 그 일은 구청 소관이라는 답변만 내놓는다.
천안 시내, 시선유도봉이 설치돼 있는 곳을 지나다 보면 한 곳씩 빠져있는 곳이 눈에 띈다. 실수로 설치 안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고의적으로 없앤 것이다. 그곳은 거의 ‘불법유턴’하는 곳으로, 시민들도 양심에 꺼려함 없이 불법을 자행한다.
천안시에서 ‘정책’이 필요한 문제다. 손 놓고, 뻔히 사고위험이 높은 것을 알면서 불법유턴하도록 방치해둬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시는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어떤 이는 “시가 일부러 상인과 짜고서 설치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오해하기도 하는 문제에 대해 시의 강력한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신방중학교 문제의 뒷도로는 동남구청이 다시 시선유도봉을 설치했지만 며칠도 못가 똑같은 곳이 다시 훼손돼 떨어져 나가버렸다. 그리고 일주일쯤 뒤 동남구청측은 또다시 시선유도봉을 설치했다. 훼손과 설치가 무한반복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