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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천안 황제대추 납시오”

병천면 봉황리에 1만㎡ 재배, 달걀만한 크기에 맛도 최고

등록일 2016년08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오는 9월15일은 우리나라 가장 큰 명절인 추석. ‘추석’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차례상’이다. 사망한 날을 추모하는 제사와는 달리, 차례는 조상에게 달, 계절, 해가 바뀌고 찾아왔음을 알리는 의례이다. 또한 차례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대추’이다. 대추는 씨가 하나여서 ‘왕’을 상징한다. 다음으로 밤은 삼정승, 배는 6조판서, 감은 8도 관찰사를 뜻한다. 이는 과일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함께 씨의 개수를 맞춘 것이다.
 

대추는 흔한 과실이라 할 수 있다. 시골이라면 집집마다 보통 대추나 감 한그루씩은 심는다. 또한 대추를 재배하는 농가들도 있다보니 대추 구하기가 썩 어렵지는 않는 것이다.

천안 병천면의 김순옥(59)씨는 대추재배의 대표적인 농가이다. 1만㎡에 달하는 면적이 온통 대추밭이다. 그것도 ‘황제대추’라 해서 크기가 달걀만한, 격이 다른 우리나라 개량종 대추다.
 

그녀는 혼자 자녀들을 키우며 억척스럽게 일했다. 오랫동안 가장 힘들다는 농사로 취급되는 오이를 재배했다.

“24년을 오이와 살아왔으니, 오이는 제 식구와 같아요. 그 세월이면 반 평생이라 해도 어긋남이 없지요. 한때 좋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래서 힘들어도 웃으며 재배하기도 했는데, 점점 힘들어져 결단이 필요해 졌죠.”

세월에 장사 없다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일이 힘에 부친다. 게다가 예전처럼 힘들게 재배한 보람도 없이 경제수익은 뚝 떨어졌고, 시골에 일할 사람이 없다 보니 일꾼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다.
 

대추는 그 색이 붉다 하여 홍조(紅棗)라고도 하는데, 홍조는 찬 이슬을 맞고 건조한 것이라야 양질의 대추가 된다. 과육에는 당분을 비롯한 점액질·능금산·주석산, 씨에는 베툴린·베투릭산·지방 등이 들어있어 한방에서는 이뇨강장·건위진정·건위자양의 약재로 널리 쓰인다. 특히 대추는 남자아이를 상징해 혼인식날 폐백상에서 대추를 집어 며느리의 치마폭에 던져주는 풍속이 있다.

2013년, 순옥씨는 과감하게 오이농사를 그만 뒀다. 어쩌면 평생 제일 잘 할 수 있는 기술을 버리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가.

그녀의 작목전환은 천안농업기술센터에서 열심히 도와줬고, 그 덕분에 그녀는 낯선 대추재배, 그것도 황제대추에 ‘올인’하는 천안 대표 황제대추농가로 이름을 올렸다.

(황제)대추는 순옥씨의 마음에 흡족한 과실이다. 대추는 암수가 한몸이고 한 나무에 열매가 엄청 열린다.

꽃 하나에 반드시 열매가 맺히는데, 이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유교적 가르침이기도 하다. 대추는 통씨여서 절개를 뜻하고, 순수한 혈통과 자손의 번창을 기원한다. 무엇보다 하나의 씨는 왕을 뜻하며, 붉은 색은 임금의 용포를 상징한다.

대추는 사람으로 따지면 왕이 아닌가. 게다가 황제대추니, 재배하는 데도 괜히 ‘우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그녀는 자주 농업기술센터 병천동면지소(지소장 박상돈)를 찾는다.

비닐하우스마다 주렁주렁 잘도 매달렸는데, 중요한 건 ‘판매망’을 확보하는 일. 3년차로 접어든 황재대추의 결실을 앞두고 긴장과 설렘, 때론 우려스런 마음이 가슴을 뛰게 한다. 오다 가다 지소를 들려 자문도 구하고,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그녀의 쉼터로, 활력소로 제 격.

최근에는 목천 쪽에 3000㎡의 부지를 구입했다. 그곳에도 온통 황제대추로 도배할 생각이다. 황제대추를 만나 그녀의 여장부 기질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

폭염이 끝나가고 찬바람이 부는 때, 과실은 당도가 부쩍 높아진다. 추석도 코 앞에 다가왔으니 이제 대추수확에 몸살 날 일만 남았다. 그래도 커다랗고 붉디붉은 대추만 보면 ‘안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실감난다. 
문의/ 010-9172-8938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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