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無花果)는 지중해 동부지역이 원산지며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보리수가 부처와 관련있다면, 무화과는 예수와 관련된 나무다. 성경에는 창세기 아담과 이브가 무화과 나뭇잎을 엮어 치마를 했다는 구절이 언급돼 있다. 꽃이 없다 해서 무화과지만, 실제로는 꽃이 화탁(꽃자루 맨 끝 불룩한 부분)으로 둘러싸여 밖에서는 보이지 않을 뿐이다.
무화과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최초의 문헌기록은 고려 말 문신인 이색이 지은 <목은집>에 “어딘가에서 무화과나무 꽃이 피기만을 기다리면서 공연히 가지를 꺾으려고 치달리지 말 일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또 <동의보감>에는 ‘맛이 달고 음식을 잘 먹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한다’고 언급돼 있다. 무화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로는 13세기 중국에 들어온 시기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방에서 무화과 열매는 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을 맑게 한다. 그리고 비(脾)를 보하고 위의 기능을 더해주며, 장을 적셔주고 대변을 통하게 하고 열기를 식히고 열로 인해 고갈된 진액을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다. 소화불량, 식욕부진, 인후통, 노인성 변비에 효과가 있고 장염, 이질, 치질을 치료한다. <동의보감>에는 무화과는 맛은 달고 음식을 잘 먹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한다고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동면/ 아우내무화과농장>
이덕현 “변비나 피부미용에 으뜸이지요”
시설재배로 3년차에 접어든 무화과 재배, 천안지역엔 아직 생소한 과일
무화과 재배 3년차인 이덕현(35)·정동숙(39) 부부는 천안 동면 동산리에서 비닐하우스 6동에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다. 이미 남부지역은 무화과가 익숙한 과일이지만, 중부쪽으로만 넘어와도 ‘생소한’ 상황이었다. 덕현씨는 중부지역의 희소가치성을 믿고 백방으로 알아보고 무화과 재배를 추진했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에서조차 낯설어하는 아열대식물이었지만, 천안과 가까운 세종시까지 무화과 재배에 성공하고 있었다.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덕현씨의 도전은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버섯재배와 오리재배에서 쓴맛을 보고, 세번째로 도전하는 무화과는 왠지 승산있는 사업으로 생각됐다.
16일 그의 하우스에는 무화과가 무럭무럭 익어가고 있었다. 작년에는 9월 말부터 수확이 가능했는데 올해는 8월 초순부터 익은 열매가 눈에 띄었다. 덕현씨는 탁구공보다 작은 새파란 무화과를 가리키며 “저것이 언제 익을까 생각되지만, 하루아침에 크고 순간적으로 익어버리는 과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그 모습이 ‘마법’같기도 할 터였다.
한가지 이상한 점은 그의 무화과가 컨테이너박스에서 자라고 있다는 거다. 나무라는 것이 땅 속에 깊이 뿌리를 박고 살아가야 튼실한 법인데 부초처럼 관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는 이같은 방식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고 했다.
무화과나무는 키가 3~4미터밖에 안 되는 과일나무다. 열매와 줄기 등에 상처를 내면 유액(乳液)이란 하얀 물질이 나오는데 독성이 있어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열매를 하나 따서 먹어보니 달콤하며,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다. 무른 복숭아같으면서도, 속에 든 씨앗이 깨소금처럼 톡톡 터지는 느낌이랄까. 남부지역에서 재배하는 무화과 또한 열매를 날로 먹거나 잼으로 만들어 먹는 방법을 택한다.
문제는 보관성이 거의 없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유통에 한계가 있다. 덕현씨는 “무엇보다 천안사람들이 무화과를 잘 모른다는 것에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무화과를 모르니 소비에도 찬바람이 분다. 그래서 택한 것이 기회 있을 때마다 홍보용 무화과를 내놓은 것이었다.
동현씨의 ‘아우내무화과 농원’에서 현재 판매하는 가격은 1㎏ 한박스에 1만3000원으로, 잘 익은 무화과가 14개쯤 들어간다. 저온저장으로 몇일 가지만, 실온에는 하루도 버티기 어려운 과일이라 시중에 내놓기도 어렵다. “저희 농원에 오시거나, 10박스 이상은 직접 배달해 드리기도 한다”는 덕현씨는 “변비와 피부미용에 좋은 과일이니 특히 여성분들이 하루에 한 개씩만 드셔도 좋을 것”이라고 권한다.
문의: 아우내무화과(010-9401-4064)
<풍세면/ 천안무화과농장>
김화영 “노지재배라 당도 더 높아”
서서히 기후에 적응시킨 무화과, 상품성 뛰어나
제주도에 살던 김화영씨가 아내 안은재씨와 천안에 정착하게 된 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사유로 인한 것이지만, 그로인해 천안은 ‘무화과농장’을 얻게 됐다.
3년 전, 무화과 재배를 고집했던 화영씨의 선택은 놀랍게도 ‘노지재배’였다. 한번도 경험이 없는 아열대식물을 시설재배도 아닌 노지재배로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그러나 그의 집념과 성실한 연구자세는 3년만에 멋진 ‘천안무화과농장’을 만들었다.
“이곳이 논이었는데, 먼저 겨울철 땅이 얼마나 어는지를 살펴보고 무화과 재배환경을 파악했다”는 그. 무화과 재배 후 첫 겨울은 땅 위까지 바짝 나무를 잘라주고 왕겨와 비닐을 덮어줬다. 그는 사람이나 식물이나 기후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뜨거운 욕탕도 천천히 시간을 두고 들어가면 되듯이, 무화과 나무에게 필요한 건 추위를 견딜 내성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노력으로 영하 9도에서 3일이면 얼어죽는다는 나무를 지난해는 영하 20도의 맹추위가 보름 이상 왔는데도 무화과는 건실하게 견뎌냈다.
게다가 무화과에게 주는 비료는 화학비료가 아닌 유박(기름을 짜낸 찌꺼기). 그의 관심속에 자란 무화과는 그렇게 자연에 대항하고 때론 순응해 튼실하게 자랐다. 화영씨는 무화과는 잎 하나에 열매 하나가 매달린다는 말과 함께 열매가 잎의 양분을 받기에 잎이 크면 열매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가 키우는 ‘승정도후인’이라는 무화과는 열매가 가장 큰 품종인데다, 그의 재배기법에 따라 개당 150g까지 나간다.
남부지방의 무화과보다 경쟁력이 높은 건 ‘당도’라 할 수 있다. 남부지방이라도 해안가에서 재배하는 무화과는 기온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그. 하지만 천안은 그에 비해 기온차가 크다 보니 당도차가 다르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보니 해남에서 당도 16.5도가 나온다고 자랑하던데, 우리 것은 18.9도가 나오더라”고 했다.
화영씨도 무화과의 구매욕은 ‘변비’에 특효라는 데서 찾았다. 작년에 어느 산모가 구입해가더니, 며칠 전 아기를 안고 와서 다시 세박스를 사갔다고 했다.
그가 내다보는 천안에서의 무화과 재배는 상당히 희망적이다. 인구도 적지 않은 도시에 무화과의 특성상 산지에서 바로 소비자에게 넘어가야 하는 유통구조가 적합하다는 무화과. 하지만 아직 천안에서 무화과 농장은 아우내와 천안무화과 두군데 뿐이다. 몇몇 농가는 아직 소규모 시험재배중일 뿐으로, 그는 “나같은 무화과 재배농가 30곳은 천안에서 소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영씨는 2㎏ 박스(24개)에 3만원을 받고 있지만, 실제무게는 2㎏~3㎏ 정도 나간다고 했다.
화영씨는 작년 재배한 것을 모두 판매했다. 올해보다는 절반 수준이었지만, 판매가 열악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저온판매박스나 저온저장고 등이 필요한 상황으로, 천안시 지원정책이 있길 기대했다.
문의: 천안무화과농장(010-4910-0895), 네이버카페: 우영밭의 송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