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한여름. 37도까지 오르는 불볕더위로 잠들기 전까지 에어컨을 켜는 집들이 많다. 이같은 ‘폭염(暴炎)’은 겪어본 적이 없다. ‘더위에는 장사가 없다’던가. 피서차량은 예년보다 곱절 많아졌다.
여름휴가철의 도서관 휴무일. 도서반납기에 억지로 집어넣은 책들이 반납기 입구까지 가득 차있다.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반납하지 못한 채 실망을 안고 되돌아갔다.
이로 인해 도서관에 흔치 않은 일도 벌어졌다.
8월1일의 월요일. 격주휴무일을 맞은 관내 한 도서관은 사람의 발길도 멈췄다. 간간히 도서대출기간이 만료됐거나, 도서를 반납하고 여름휴가를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도서반납기’를 찾아 도서관 현관으로 향할 뿐이다.
그러한 잠시, 오후 3시가 넘어서자 어느새 가득찬 책들. 도서반납기가 더 이상 제 구실을 못하게 됐다. 이후 반납기 상태를 확인하고도 바로 돌아서는 사람들은 없었다. 불볕더위를 무릅쓰고 가까이 혹은 멀리서 시간을 내어 찾아온 건데 ‘헛걸음’한 걸 인정하기 싫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반납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나 보다. 반납기 안으로 손을 넣어 꾹꾹 눌러보기도 하고, 책보다 넓은 공간의 빈 틈으로 꾸겨 집어넣기도 했다. 그렇게 서너명이 성공하고 돌아가자 책은 ‘게거품’처럼, 또는 ‘가득 찬 맥주가 흘러넘치는 것’처럼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도서반납기 입구까지 자리를 잡았다.
책을 잡아당겨보니 몇몇권이 너무도 쉽게 반납기 밖으로 빠져나왔다. ‘책도둑’은 도둑도 아니라던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반납했던 책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판이었다. 자칫 책을 반납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로 소동이 벌어질 수도 있는 문제.
그 후로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았다. 아이들 둘과 함께 온 엄마는 반납기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그냥 돌아갔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책을 집어넣으려 안간힘을 쓰다 포기하기도 했다. 뜨겁던 오후의 열기는 많이 사그라졌지만,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이후로도 계속 됐다.
여름휴가기간때의 도서관 휴무일, 반납기에 책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도서관측은 알까. 책을 반납하지 못한 채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이렇게 많은지를 알까. 혹 반납기 문제로 책을 잃어버려 실랑이를 벌인 적은 없었을까.
어떻든간에 내년에는 도서관측의 세심한 배려가 있길 기대해 본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