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거리공원에 대한 ‘공간브랜딩개발용역 최종보고회’가 7월28일 천안시청 중회의실에서 있었다.
구본영 천안시장을 비롯한 15명의 공무원이 참여했으나 조춘자(정책자문단), 장성각(충남문화산업진흥원본부장)은 불참한 채 오직 구태익(조경기술사) 연암대교수만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가장 중요한 용역보고회에 공무원들로만 의견을 나눈 것은 아쉬운 모양새다.
삼거리공원 공간브랜딩 개발용역최종보고회. 구본영 시장을 포함한 16명의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보지만, 삼거리공원다운 개발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듯.
성공할 수밖에 없는… 백화점식 유도
‘브랜드스토리(대표 유제영)’는 천안시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4개월 용역을 수행해 모두 90쪽 분량의 결과자료를 내놨다.
브랜드스토리는 천안삼거리의 정체성을 ‘만남과 화합’으로 보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언급한 ‘천안 고을남쪽 6리에 삼기원(三歧院)’이란 말을 내세워 ‘원’ 개념을 도입했다. 이로써 삼기원을 내세운 어울터(화합마당), 배움터(정보마당), 해밀터(힐링마당)로 구분해 각각에 다양한 사업프로그램을 제시했다.
‘해밀터’에는 사랑박물관 조성을 비롯해 보물찾기, 천안마스터쉐프, 삼색음식대회, 충청도 음식맞이, 야간공연, 별자리공원(분수대), 라디오방송, 버드나무길, 카페 및 캠핑존, 기념품판매소를 넣었다.
‘배움터’에는 역사인물 만남의장, 홍대용자전거길, 생태미로길, 천안협동운동회, 천안협동학을 제시했으며, ‘어울터’는 다시만나는공간, 디지털키오스크, 전통주전시관, 전통칵테일라운지, 천안의 설득학, 스칸디맘학교, 꼬마다락방, 가족산책길, 아빠와 시간모으기, 익스트림스포츠광장, 기적의놀이터, 도솔(광장)로 가는 자전거길을 꺼내놓았다.
브랜드스토리가 이렇듯 30개 안팎의 사업안을 내놓으며 눈길을 끌었지만, 한편으로는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 천안삼거리만의 특색사업이라고 보이기보단 어디에 내놔도 활용될 수 있는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조사를 통해 알아낸 천안삼거리 정체성인 ‘만남’은 오래 전부터 삼거리 능소전이 갖고있는 널리 알려진 정체성일 뿐이며, 삼기원을 새롭게 뽑아낸 듯하지만 ‘원’이라는 개념 또한 이미 귀에 익숙한 낱말이다.
풀리지 않는 숙제 같아
최종용역보고를 접하고 의견을 청취해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구본영 시장. 어떤 식의 개발이 삼거리공원다운지 고심이 커보인다.
단 한명뿐인 자문위원, 구태익 연암대교수는 한마디로 “임팩트 있는 사업이 안보인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사업을 나열하다 보니 산만하단 느낌이 있고,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주제를 풀다보니 억지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며 “다양한 사업들은 들어내고, 집중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같은 주장에 조한수 공보관도 공감했다. “삼거리공원 하면, 독특한 무엇인가 있어야 하다”며 “강렬한 키워드가 제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누구는 ‘놀이동산 같다’고도 했다.
이들의 지적은 지난 중간용역보고회에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장성각 충남문화산업진흥원 본부장이 “무엇보다 킬러콘텐츠가 안보인다”고 지적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임팩트있는 중심사업’에 대한 논의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일단 다양한 사업안이 다 실행될 거냐는 문제와 관련, 용역을 추진한 임홍순 정책기획관은 “여기서 언급된 사업들이 다 진행될 것은 아니고, 실시설계 등에서 필요한 사업들로 걸러지고 정리될 것”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서철모 부시장은 지난 중간용역보고회에서 우려했던 말을 또다시 꺼냈다. “제시한 프로그램들을 공무원들이 운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운영능력이 부족하면 실패하기 쉬운 법. 서 부시장은 만만치 않은 과제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몇몇 이야기가 오갔으며,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구본영 시장은 “삼거리공원을 옛날식으로 풀면 막걸리밖에 없다”며 ‘현대적 주제’에 맞게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중간용역때 대한민국의 대표삼거리로 크게 보고 가자며 ‘만남’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가 관건이라 했던 구 시장은 이번 최종용역보고회에서 다른 주문은 없었다. 다만 “공원 주변땅을 정비하고, 이번 용역결과는 더 연구해서 잘 활용되도록 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