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3월5일자 천안 지역신문의 한 칼럼에 이런 글이 실렸다. <천안인의 긍지를 한데 모아 천안의 종을 만들자. 다섯 용이 떠받드는 여의주라는 남산(南山). 풍수지리설로 볼때 오룡쟁주형의 여의주에 속한다는 그곳에 종각을 만들고, 천안시와 천안군 주민의 웅대한 뜻이 담긴 ‘천안의 종’을 걸어 천상천하 모두 울리도록 종을 치자. … 땅위의 모든 사람들이 평안하기를 간구하는 종을 치자>
2005년 설치장소 편한 동남구청 옆을 선택했던 ‘천안시민의 종’에 대해 천안시는 16년만에 구청 재건축에 따른 이전설치장소를 물색중에 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05년, 시민의 염원을 담은 천안시민의 종이 주조됐다. 당시 성무용 천안시장이 그같은 글을 썼던 김성열(현 천안시역사문화연구실장)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종 모델은 천안 성거읍 천흥사 범종(국보280호). 다만 여의주를 물고 고개를 들고있는 용두는 종교적 갈등을 우려해 천안시의 시조인 ‘비둘기’로 대신했다.
천안화합의 시민의종은 처음 위치문제로 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당초 남산공원이 가장 유력했으나, 종이 가진 막대한 무게로 헬기를 동원해야 한다든가, 그로인해 위험사고가 우려된다는 등의 문제로 포기한 천안시는 현재의 동남구청 옆으로 결정했다. 동남구청이 재건축되면 시민의종을 이전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무시됐다. 10년만에 재건축문제로 ‘이전’을 결정하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애초 설치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이로 인한 시 재정 또한 낭비를 감수해야 된다.
시는 지난 5월 한차례 추진단회의를 갖고, 6월경 다시모여 이전지를 결정하려 하고 있다. 간단한 4지선다형 여론수렴에선 설치공간으로 천안삼거리공원이나 그 옆 천안박물관이 높게 나왔으며, 그 다음이 남산공원으로 나타났다. 삼거리공원이나 박물관의 장점은 일단 차량 접근성이나 행사 편리성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결정돼야 한다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민의 종이 가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기 때문이다.
“천안 심장부에서 종을 쳐야…”
시민의 종이 있어야 할 가장 좋은 장소는
?
천안은 오룡쟁주의 지세다. 다섯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차지하려 다투는 형국이다. 여기서 여의주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남산’이다. 남산은 여의주, 즉 심장에 해당하는 곳이다.
참고로 지역향토사에 따르면 동의 청룡은 장태산을, 서의 백룡은 월봉산을, 남의 주룡은 수조산을, 북의 흑룡은 현 천안초등학교 언덕을, 중앙의 황룡은 현 중앙초등학교(옛 관아) 구릉을 말한다. ‘종은 심장(마음)을 울린다.’
시민의 종이 제작되는데 관여한 김성렬 실장은 처음부터 ‘남산공원’을 최적의 장소로 꼽았고, 천안시도 공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설치당시 남산공원이 선택되지 못한 것이 ‘종의 무게’ 때문이었다고 해명하지만, 시는 정작 무게로 인한 불가능적 판단근거를 제대로 따져보지 못했다.
이제라도 ▷헬기로밖에 설치할 수 없는가 ▷헬기설치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가 ▷헬기설치는 막대한 비용을 소모하는가 등은 좀더 체계적으로 검토해 남산공원 설치여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시민의 종은 ‘울림’의 미학을 갖고 있다. 종의 울림은 동서남북 똑같은 파장을 만들어 퍼져나간다. 소리는 벽이 있을때 전진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가급적 높은 곳에 위치해 멀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종의 순리다. 천안시민의 염원을 담은 종소리가 모든 시민에게 들리도록 하자는 의미는 종이 있어야 할 자리를 잘 말해준다.
이렇게 볼 때 남산공원은 앞의 삼거리공원이나 천안박물관과 비교할때 종이 설치될 장소로써 월등히 앞선다. 게다가 오랫동안 방치된 남산(南山)을 ‘시민들의 명소’로 만드는 데도 시민의 종이 설치될 이유가 될 수 있다. 오룡쟁주 지세의 여의주, 천안의 심장에 해당되는 곳이 사람 발길이 끊겨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한편 2004년 천안만세운동기념사업회는 남산공원을 ‘천안만세운동 기념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천안읍내장터 만세운동은 1916년 4월 천안읍 감리당교회(사직동 112번지)로 부임한 안창호 목사가 중심이 돼 그해 3월29일 3000여명의 주민이 참여한 첫 대규모 만세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기념사업회는 ‘당시 만세운동을 벌였던 장소가 현재의 중앙시장인 만큼 인접한 남산공원을 연계해 만세운동기념공원으로 지정해, 일제시대 신사참배장으로 활용됐던 오명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