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소리를 찾아서’란 말은 한국인에게 익숙하다. 방송프로그램에도, 책으로도 나왔다. 우리소리란 다름 아니다. 우리의 전통악기나 민요, 노동요 등을 가리킨다. 서양악기에 익숙하고 서양의 7음계를 배워온 우리에게 ‘우리소리’는 이제 찾지 않으면 잊혀지고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현실에서 천안에도 ‘우리것은 좋은 것’이라고 고집하는 가야금연주단이 있다. 주혜경, 홍기숙, 홍영주, 우연희, 최미애, 최리라, 박희성, 오설아, 최수진으로 구성된 가야금연주단 ‘소리愛’가 바로 그들이다. ‘소리愛(애)’는 소리를 사랑하자는 뜻으로 부르고, 한글로 ‘소리애’라 쓰기도 한다.
소리애가 결성된 건 2011년 3월이다. 현재 단장으로 있는 주혜경(40)씨가 주축이 돼 가야금을 전공한 ‘충남국악예술강사’들을 모집한 것이다.
“예술강사 연습때 만난 사람들로, 처음엔 다섯명으로 시작했어요. 이름도 가야금앙상블 ‘소리애’였죠.”
적은 인원으로 출발했지만, 열의는 점점 더 높아갔다. 사회경제는 더욱 어려워만 가고, 그로인해 문화예술인들이 설 자리도 더욱 좁아졌지만 그야말로 ‘악착같이’ 연습하고 작은 무대라도 찾아다녔다.
“그럴 수 있었던 게 우리가 가진 긍지입니다. 제대로 하자, 우리소리를 알리자, 우리가 즐기자는 생각이 현실보다 멀찌감치 앞서있었어요.”
10년 전 남편(대학교수) 따라 천안에 정착했지만, 주혜경 단장의 고향은 부산. 부산의 칼칼한 성격이 일을 만들고 추진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수입이 어딨습니까. 오히려 자비를 들여가며 다녔습니다. 다행인 것은 솔로라서, 또한 남편이 다들 격려해줘서 큰 문제는 없었다는 거죠. 물론 우리의 꿈은 ‘소리애’에서 즐거움을 찾고, 소리애에서 만족할 만한 수익도 창출해내는 것이지만요.”
이들은 연습장뿐 아니라 의상비나, 정기연주회 등에서 함께 무대에 설 최고의 무용수나 전자악기, 비보이 등을 세울때도 스스로 비용을 마련하며 언제나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한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천안시나 문화재단 등에서 보조금도 받게 됐다.
9명의 구성원중 천안토박이는 단 3명뿐. 혜경씨를 비롯해서 3명은 천안에 정착했고, 나머지는 아산, 당진, 대전에서 함께 하고 있다.
매주 한번씩 천안의 비좁은 연습실에서 가야금을 펼쳐들고 연습에 매진하는 이들의 땀방울이 내를 이루지만, 우리소리를 알린다는 자부심으로 스스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단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물음이 있듯 돈이 먼저냐 실력이 먼저냐 묻는다면 당연 ‘실력’을 선택하는 소리애의 발걸음이 당차기만 하다.
6월3일 천안아산역에서 '거리공연'
만약 소리애의 실력과 외국인들이 먼저 알아준다는 우리소리(가야금)를 듣고 싶다면 6월 3일(금)과 4일(토)을 비워두길. 3일 오후 5시에는 천안아산역에서 소리애의 공연 ‘거리에서 만나는 뜻밖의 선물’이 준비돼 있다.
전통악기라 해서 전통음악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악의 활성화,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있는 소리애는 처음부터 대중이 공감하는 곡을 연주곡으로 선택하고 있다.
“처음 몇곡은 가야금의 소리지만, 다음 몇곡은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대중의 소리입니다. 대중이 듣고싶은 곡을 가야금의 멋진 선율로 들려드리는 겁니다.”
이날 공연도 사계의 봄을 비롯해 키싸스키싸스키싸스, 비틀즈메들리, 인연, 아리랑환상곡 등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진 곡을 선보인다. 또한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태양의후예 OST와 이문세 메들리 등 친숙한 곡들도 연주된다.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만 내면 돼요. 짧고 굵게. 제대로 된 가야금연주를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날인 4일(토)에는 천안단오난장이 펼쳐지는 삼거리공원 주무대에서 몇시부터 40분간 소리애의 공연이 펼쳐진다.
우리소리를 지키고 가꿔나간다는 것이 더욱 어려운 시대. 주혜경 단장은 “선입견 때문이지, 대중의 입맛에 맞는 곡으로 실제 듣노라면 반할 만한 소리”라며 ‘소리애’를 찾고 들어봐달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