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66개소에 거리쓰레기통을 설치했다. 철재함으로 설치한 쓰레기통은 바닥을 고정시켰고, 주먹 하나가 들락날락할 정도 크기의 구멍 두 개만 뚫어놨다. 종이컵이나 담배꽁초 등 부득이하게 발생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한 취지로, 많은 양의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리기엔 불편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번 거리쓰레기통은 ‘시범설치’ 수준이다. 그래서 시내버스 승강장 등 다중밀집지역에 설치했다.
이번 쓰레기통 설치는 1995년 거리쓰레기통을 전면폐쇄한지 21년 만이다. 당시 쓰레기종량제가 시작되면서 몰지각한 사람들이 집안의 쓰레기를 거리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례가 발생했다. 밖에서 발생한 쓰레기도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거리쓰레기통에 버렸다. 돈주고 버리는 ‘쓰레기종량제’ 취지가 무색해져 버렸다. 이런 이유로 천안을 비롯한 지자체들 대부분이 고심 끝에 거리쓰레기통을 없애버렸다.
이제 21년이 지난 지금 ‘쓰레기종량제’ 방식은 그대로지만 시민의식이 많이 자리잡았다는 판단에 따라 조심스럽게 거리쓰레기통을 설치해보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미 2008년 쓰레기통 부활을 알렸으며, 일부 지역에서 쓰레기통을 설치해 시민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시민의식에 따라 ‘전역설치’ 가능
시내버스 승강장에 설치돼 시범운영되고 있는 쓰레기통. 천안시는 최근 커다란 비닐봉투로 시민반응을 살펴 쓰레기통 설치 가능성을 검토하기도 했다.
천안시는 지난해
7월 거리쓰레기통 설치근거를 조례로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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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원 의원이 의원조례로 발의했고 이준용, 엄소영, 박남주 의원이 함께 했다. 이들은 청결한 도시환경을 위해 유동인구가 많고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 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하자고 했다. 쓰레기 투기자들을 막기 위해서는 투입구를 소량의 쓰레기만 넣을 수 있도록 그 크기를 제한하면 되지 않겠냐고 했다.
이번 66개소에 시범설치한 거리쓰레기통은 실제로 투입기가 손이 들어갈 만한 크기로 제한됐다. 이후 이용현황을 살펴 긍정적으로 판단되면 올해 하반기 시내 전역으로 확대·설치할 예정이다. 즉 거리쓰레기통은 시민의식 수준에 따라 존치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2008년 먼저 행했던 서울시도 3700개인 쓰레기통을 2009년까지 7000개로 늘리겠다고 계획했지만 2012년가지 4700개를 설치한 수준에 그쳤다. 거리쓰레기통이 취지를 살려 운영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천안시측은 ‘좀 이른감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시범운영을 통해 큰 문제가 없다면 쓰레기통을 확대설치하고 점차 개선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시는 종량제 봉투 사용률을 기존의 67%에서 90%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생활폐기물 미수거스티커 4만매를 별도제작해 불법배출된 생활폐기물에 부착하고 수거를 일정기간 유보하는 등 주민홍보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오디오세트 등 중·대형폐가전은 물론 선풍기, 청소기, 휴대폰 등 소형폐가전까지 무상 방문수거(전화예약 1599-0903)하고 있다.
시 청소행정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주문하며, 생활폐기물 배출시 분리수거와 종량제봉투 사용을 거듭 당부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