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 작가가 1년만에 두권의 책을 다시 써냈다. 아니, 예전에 써놨던 것이니 정리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편은 시 ‘소금울음’이고, 또한편은 자전소설 ‘위로받고 싶은 날들’이다.
‘소금울음’은 그의 열번째 시집이다. “2013년 11월쯤부터 이듬해 8월의 어느 시점까지 시만 생각하고 집중하고 시만 썼다”는 그는 8개월만에 70편을 얻었다.
그중 10편을 덜어내고, 60편을 담아낸 것이다. “시를 많이 써보면 버리는 시 또한 줄어들게 된다”는 작가. 아마 10편을 빼내는 데도 많은 고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열번째 시집은 한마디로 ‘새로움’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의식의 새로움, 또는 자아의 새로움 같은 것으로, 소금울음이란 시에 잘 담겨있다”고 했다.
/ 소금이 울던 밤을 잊지 못한다 깊은 항아리에 담긴 소금이 백금 빛 하얀 울음을 울었다 고독하다고, 짠맛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고독을 견뎌야 한다고, 소금이 찬 서리 빛 울음을 우는 밤이었다 /
1980년대 시퍼런 독재의 칼날 앞에서도 시는 꿋꿋이 저항적 의미를 담아 쓰여졌다는 그는, 지금 시대도 당시와 크게 다를 바 없으나 그때처럼 똑같이 쓰여져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소금울음을 통해 던져놓는 메시지는 일단 명료하다. 소금은 짜지만, 짠 맛은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 즉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또다른 누군가는 고독과 설움과 고통을 견뎌야 한다. 바로 우리 아버지가 그랬고, 어른이 그랬고, 윗세대가 그랬다.
여덟번째 시집까지 사람을 중심으로 다뤄왔던 조재도 시인. 아홉번째 시집에 가서는 사람과 자연의 경계점을 다룬 ‘공묵의 처’를 냈으나, 이번 열번째 시집은 자연까지도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지경으로 옮아갔다.
조 작가는 “시쓰기에 전념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시의 본령이 ‘새로움’이라는 것이었다. 사회현실에 변화가 없더라도 시는 새로워야 한다는 것,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처음 시를 쓰듯 한 시들”이라 했다.
‘불량교사’의 자전소설
그는 시와 함께 자전소설 ‘위로받고 싶은 나날’을 펴냈다.
“이 글에는 나의 땀과 눈물과 절망, 상처와 기억과 회한, 역사와 한 개인의 문화가 깃들어 있다. 나는 이것들을 자랑하지도, 숨기지도 않는다”고 했다.
태어나서 2012년 8월31일 명예퇴직날까지 모두 4부 40개의 꼭지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어렸을 적 살던 온암리, 예기치 못한 서울전학과 탈선, 그러면서도 책과 시를 알게 된 것이 그를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 교육자로 서게 만들었다.
학교라고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10·26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지던 시절, 당시 사회에 반항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던 젊은 선생의 활동이라는 것이 뻔한 것 아닌가.
두번의 해직과 숱한 경고, 인사조치, 담임박탈 등으로 얼룩진 학교생활. 교직에 머물렀던 31년 여 세월에 학교생활은 24년 뿐이며 그간 13개 학교를 옮겨다녀야 했다. 이를 ‘운동과 문학과 청소년’ 세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이번 자전소설을 읽어본 주위사람들은 깜짝 놀라더군요. 소위 범생이 타입인 줄 알았다나요. 그런데 양아치 형들과 어울려 술·담배를 하지 않나, 공부는 완전 뒷전이라 재수를 하지 않나, 한동안 탈선과 방황 속에 살던 때가 있었던 걸 이번에 알게 된 거죠.”
그런 그에게 명예퇴직날 아이들이 달려들어 울음바다를 만들고, 어떤 아이들은 교복이름표를 떼어 절대 잊지 말라며 옷에 달아주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 어깨를 다독이며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다들 기약없는 말인줄 모르겠는가.
조재도 작가는 자신이 걸어온 55년 3개월의 삶을 되돌아보며 “나의 내부를 샅샅이 돌아다녔으니, 나는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제대로 한 셈”이라고 했다.
그런 그의 자전소설에 대해 현기영(소설가) 작가는 “억압에 끊임없이 반항하던 불량소년이 어떻게 자라서 교사가 되고, 그 교사가 어떻게 집요하게 교육현장의 억압적 체제에 저항했는지 흥미롭게 서술돼 있다”며 읽어볼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