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과 ‘대동제’ 설치. 과연 어떤 방식이 정답일까.
이종담 시의원이 5분발언을 통해 “구청을 폐지하고 대동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50만 인구를 넘어서면서 2008년 천안시가 2개의 구청을 설치한 이후로 8년만에 제기되는 문제다.
천안시는 당시 구청설치의 합당한 이유로 ‘주민과 직결되는 민원이 늘어나고 도시불균형에서 오는 소외감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수요 증가와 고품질 행정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이종담 의원은 구청폐지와 대동제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생활자치로의 전환, 농촌지역 인구급감에 따른 새로운 접근, 국고보조율 하락과 복지·인건비 증가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 시본청과의 업무중복”을 나열하며 “일선동과 본청간 통로역할밖에 못하고 있는 구청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구청설치한 천안시 ‘고품질서비스 얻었나?’
동남구청.
구청설치 1년 후. 평가는 여전히 긍정과 부정이 혼재했다. 잘했다는 사람과 실패했다는 사람들이 일부 있었고, 대다수 시민들은 ‘변화를 잘 못느끼겠다’는 반응이었다. 고품질 행정서비스나 도시불균형 해소 등을 장점으로 삼았던 구청설치라는 점에서 이 정도 변화라면 내세울 것이 없었다. ‘구청은 민원사무에 중점을 두고, 본청은 장기적 기획·전략수립에 힘쏟겠다’는 전략도 실제는 본청과 구청간 소통부재로 단점만이 부각될 뿐이었다. 시의원들은 이를 두고 ‘실패한 정책’이라고도 했다.
구청설치 전인 2007년 공청회. 당시 구청설치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권경득 선문대교수는 당시 구청설치에 신중론을 폈다. “구청은 읍면동과 본청간 단순 통로역할만 수행할 뿐, 인건비와 운영비 증액과 낭비를 초래하는 문제가 있는 반면 대동제는 인력과 예산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다단계 행정체계로는 행정처리의 신속성이나 지도감독의 적절성, 지역개발의 효과성, 예산운영의 경제성 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대동제 도입을 설득력있게 제기했다.
박성호 천안YMCA 사무국장도 당장 설치하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여론조사도 일반구 설치에 대한 인지도가 현격히 낮은(모름 76.2%) 상태이므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수 없다며, 시간을 갖고 문제점을 보완한 후 구청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은 “주민들의 복지서비스 측면이 가장 효율성을 갖기에는 읍면동 일선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구청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비쳤다.
이런 상황에도 ‘인구50만 이상 전국 12개 시 중 창원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구청을 설치했다’는 천안시의 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결국 시는 절차를 거쳐 구청설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금도 구청 설치 전보다 나아진 행정이 무엇인가에 대해 대답이 궁색하다.
이종담5분발언 “대동제로 전환하자”
이종담 의원에 따르면 정부에서는 현재 읍면동 주민센터 2~5개를 1개권역으로 묶고, 중심이 되는 읍면동의 명칭을 행정복지센터로 정해인력과 기능을 확대·보강해 주민생활과 밀접한 현장업무를 맡게 하는 것이 대동제 개편의 골자다.
대동, 즉 행정복지센터는 자치행정, 사회복지, 환경안전 등 3개과 9개팀으로 구성되고 센터장은 구청장급인 4급을 두고권역으로 묶인 나머지 동주민센터는 기존 업무를 그대로 담당하게 된다. 종전 구청에서 처리하던 업무는 시와 행정복지센터로 이관해 주민생활과 직결된 현장업무는 행정복지센터가, 정책기획 및 통합이 효율적인 업무는 시에서 처리하게 된다. 오는 7월1일부터 구청을 폐지하고 대동제를 도입하는 부천시가 있다.
그들의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본청의 업무지시를 다시 동으로 전달하는 현행 일반구-동체제는 중계인력 존재와인력분리 현상이 존재하는 반면, ‘대표동’은 현장인력 증대와대동 내 유기적이고 탄력적인 인력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일반구는 동이 단순민원업무를 처리하기에 일반구가 완결기관인 반면, ‘대표동’에서는 주민밀착 행정업무에 대해 완결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관할면적이 좁은 대동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종담 의원은 “대동제를 우리 천안시가 도입하게 되면 부천시가 추산한 10년간 1000억원 정도의 이득에는 미치지 못해도 투자대비 이익은 10배 정도가 될 것”이라며 “대동제 도입을 지금이라도 행정부에서 적극 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
천안시 ‘타지역 운영사례 모니터링’ 입장
천안시가 구청설치를 결정하고 추진한 것이 10년도 안된다. 당시 강한 반대는 없었지만, 구청설치의 필요성을 전방위적으로 앞세웠던 천안시이기에 ‘번복’한다는 건 스스로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쉽지 않다. 또한 구청설치로 인한 막대한 예산이 고스란히 낭비되는 것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정책이 변화하면 일선 자치단체는 따라가는 흐름을 가질 수밖에 없기에, 천안시는 현재시점을 ‘관망세’라고 표현했다. 이미 부천시가 3개구청을 폐지하고 오는 7월에 책임읍면동제를 운영할 방침이며, 남양주시 또한 8월에 일부 지역을 책임읍면동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구청 운영을 부정적으로 본 것은 오래 됐다. 천안시는 50만 인구중 2008년 막차를 타고 구청설치를 이뤘다. 남양주시는 다음 차례에서 정부에 발목을 잡혀 구청설치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부는 2008년에도 행정구역 개편논의와 더불어, 구청을 없애는 대신 대동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당시 6월경 한국지방자치학회에 ‘기초자치단체 자율통합지원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당시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 설치된 구청을 없애는 대신 2~3개 동을 묶어 대동제로 개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2007년 경기도(지사 김문수)는 일반구를 폐지하고 대동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행정계층 축소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계획한 바 있다. ‘구청 폐지와 대동제 도입’은 이렇듯 계속적으로 논의되고 검토중에 있어왔다.
그런 정부가 최근 ‘책임읍면동제’를 권장하면서 현재 책임 읍면동제를 시행하는 곳은 전국에 여럿. 경기도 부천시를 비롯해 시흥시, 남양주시 등이며 이종담 의원도 이같은 흐름을 살펴 5분발언에 나섰다.
천안시 정관희 자치행정팀장은 “아직은 구청이든 대동제든 확실히 나은 운영체제를 보여주는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정책이 대동제로 흘러가고, 현재 50만 이상 전국 15개 도시가 구청폐지 및 책임읍면동제(대동제)로 전환하면 천안시도 편승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지금 당장 판단해 추진하기 보다는 타 지역의 운영사례 등을 살펴보며 신중히 검토하고, 적정시기를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동남구청사 부지에 추진중인 도시재생사업이 자칫 ‘구청폐지 및 대동제’라는 민감한 바람을 타게 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