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른 끝에 전통주 ‘광개토왕’이 만들어졌다. 상표까지 붙여진 완제품을 받아든 순간 윤석진(57)씨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얼마나 고대했던가!
잘 다니던 공직생활. 5년 전, 52세의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살겠다며 뛰쳐나올 때는 솔직히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었다.
그가 점찍은 두번째 인생은 술과 함께 하는 것. 웬지 술을 담고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보통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한 것도 ‘막걸리카페’였다. 쉽지 않아 그만 뒀지만 전통주에 대한 의욕은 더 활활 탔다.
전통주에 빠져 살아오던 그에게 천안에서도 물 맑고 공기 좋은 북면산골은 첫 걸음에 마음이 흡족했다. 바로 조그마한 공간을 마련해 전통주를 담그며, 또한 세월도 담갔다. 행복했다.
다양한 과일향 ‘신기한 전통주’
“이번에 출시한 전통주는 청주로 맑게 가라앉힌 ‘광개토왕’과 탁주로 빚은 ‘금강’입니다.”
광개토왕이 웅대한 기상을 나타내며 우리나라의 대표전통주로 내세운다면, 금강은 아름다운 술이라는 ‘금(錦)’자를 사용했다. 금강은 충청의 젖줄이자 대표적인 강을 나타내기도 한다.
“다들 술이름 듣고서는 좋다고 하네요.”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소리만큼 반가운 말이 또 있을까. 맛도 좋은데다 이름도 좋으니, 이미 반쯤은 성공한 셈이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새로운 상표의 전통가양주가 천안시민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했던 게 2014년 7월 경이다. 그런데 1년이 넘게 늦어졌으니, 그간 속이 탈 만도 했다.
“등록절차가 무척 까다롭더라구요. 조금만 문제되면 3개월씩훅훅 지나가버리니….”
그러나 상표출시까지 쌓인 스트레스는 완제품을 보자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싹’ 사라졌다.
제품이 출시됨녀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가격’이 됐다. 일단 석진씨는 광개토왕(17도·청주)과 금강(15도·탁주) 모두 ‘2만원’으로 책정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막걸리’ 정도로 생각하는데, 기본 6개월을 숙성시킨 술이 어찌 값싼 술과 비교될 수 있는가. 전통주는 한병에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으로, 서양의 고급양주보다 훨씬 나은데도 사람들은 잘 모르고 툭 던진다.
“그래서 금강2를 만들어 6000원에 판매하려 합니다. 돈 벌 생각보다 보급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겁니다.”
사람들은 광개토왕을 맛보고는 자두맛이 난다거나 복숭아맛이 풍긴다고 했다. 연꽃향기를 말하는 사람도 있고 살구를 언급하기도 했다.
석진씨에 따르면 그들 말이 모두 맞다 한다. 일명 ‘과일향이 난다’고 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마다 기분과 몸상태에 따라 다양한 과일향을 느껴볼 수 있단다.
광개토왕과 금강은 아직 유통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수공예처럼 북면산골에서 혼자 만들어내다 보니 양도 한정돼 있다. 그러다 보니 사겠다는 분이 있다면 택배(2병 이상)나 시내권은 직접 배달할 수도 있다.
“여건이 되면 마트보다는 고급한정식집이나 일식집을 통해 판매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북면쪽에 야영오는 분들이 많아 그분들 상대로 홍보하고 있기도 합니다.”
“전통주 강의 필요하신가요?”
벌써 술공부 10년이 다 돼간다. 술에 관한 한 해박한 지식은 막힘이 없다. ‘술욕심’이 많아서인지 몇몇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정기적인 모임도 가지며, 끊임없이 이론과 실기를 학습하고 있다.
광개토왕과 금강을 만들었지만, 그는 체험학습 위주의 운영에도 관심을 둔다. 술을 담고 싶어도 담을 수 있는 환경이 안되는 사람들에게 석진씨의 공장은 작업실이자 사랑방.
“이들에게 술 빚는 것도 알려주고, 자신이 직접 빚을 수 있도록 일련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고 한다.
석진씨는 그간 기관이나 단체를 상대로 ‘음주문화론’ 강의도 해왔다. 술에 대해 알고나면 술을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술마시면서 건강은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도 알게 된다며, 기회되면 한번쯤 술에 대한 교육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당부했다.
문의: 010-8809-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