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경실련(대표 정병웅)’과 ‘천안시주민자치협의회(회장 권관희)’가 2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천안시 선거구획정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구태를 반복한 졸속선거구 획정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들은 ▷주민의견수렴 없이 행정구역 훼손 ▷선거구획정위의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을 거론하며 ‘게리맨더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모호하거나 불확실한 답변이 이어지면서 주장의 명확성이 흐려졌다. 기자회견 후 ‘좀 더 논조를 가다듬어야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이 게리맨더링으로 보는 이유?
‘천안아산경실련(대표 정병웅)’과 ‘천안시주민자치협의회(회장 권관희)’가 2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천안시 선거구획정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선거구획정 결과에 대해 ‘게리맨더링’이라 비판했지만 그 논거는 미약했다.
일단 선거구획정안이 법정 제출기한을 훌쩍 넘겼다는 데서부터 이들의 불신이 싹텄다.
을선거구인 성정1·2동이 신설되는 병선거구도 아닌 갑선거구로 편입된 것은 기본적인 행정구역마저 망각한 ‘비상식적인 획정안’이라고 비판했다. 범시민협의체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행정구역뿐만 아니라 인구편차, 인구증감추이, 지역균형배분 등을 모두 고려해 제안한 협의체안이 제일 합리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이들이 비분강개한 것은 각계각층이 참여했던 범시민협의체의 합리적 안이 무시된 채, 더민주당 현역의원측이 제시한 ‘개별안’ 그대로 결정됐다는데 있다. 행정·시민단체·정당 등이 모두 참여한 협의체안보다 더민주당 양측 현역의원이 개별안을 올린 바, 그중 하나가 더욱 합리적인 안으로 낙점된 것이 이해되지 않았으며, 당연히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단정했다.
지역의 현직 국회의원이 소속된 특정정당에서 제출한 획정안이 채택된데 대해 이들은 “해당 정당의 당리당략과 현직 국회의원의 당선을 목적으로 득표가 계산된 획정안임에도 수정없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에 분노한다”며 이를 게리맨더링으로 간주했다.
또한가지,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훼손한 획정안을 제출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과 공개적인 협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제출된 것을 ‘비민주적 행위’로 성토했다.
그러나 한번 결정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고 쉽게 바뀌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 이들은 이번 일을 ‘일방적으로 자행된 게리맨더링 선거구 획정사태’로 규정하며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천안시민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것으로 원하는 바를 밝혔다.
미약한 근거들로 '흐려진 주장'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온전히 맞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 이들의 논리에도 모순은 있었다.
먼저 각계각층이 참여한 범시민협의체는 획정위원회에 당초 ‘단일안’을 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적합한 말을 찾은 것이 ‘발제안’이었다.
더민주당 양측 의원들이 자신들의 개별안을 관철시키고자 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자 “차라리 아무것도 올리지 말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다 발제안이라는 이름으로 새누리당이 지지한 범시민협의체안과 이와 다른 의견을 가진 더민주당 양측 의원안으로 3개안이 탁자 위로 올려졌고, 최종 협의체안과 한개 의원안이 크게 문제가 없다 해서 이들 두개안을 획정위에 제출한 것이다. 당시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두개안 모두 타당했고, 존중될 만했다”고 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협의체안이 아니라고 해서 ‘엉터리’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둘째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획정된 것을 문제삼는데, 그렇다면 성정1·2동뿐 아니라 많은 지역들이 반발해야 한다. 오랫동안 갑구나 을구였던 지역이 병구로 옮겨진 것을 비롯해 선거구가 바뀐 모든 지역이 해당돼야 한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에게 의견수렴을 한다 해서 전폭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도 아닌 데다, 형식적으로 수렴절차를 밟는 것도 이상한 일이 된다.
지난 19대때도 쌍용2동이 옮겨진 것과 관련해서도 ‘게리맨더링’이라 했지만 정당후보들의 정략적 논쟁일 뿐, 명확한 게리맨더링으로 인정된 바 없다. 절차적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쌍용2동이 옮겨지는 것이 당시 상황에서 가장 타당했다”고 했다. 덧붙여 “당시가 새누리당의 작품이었다면, 이번엔 더민주당의 작품이 되는데 누가 누굴 탓하는가”며 이번 논쟁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투다. 그 말대로 선거철, 상대정당과 상대후보들을 흠집내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는 선거풍토가 이번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참고로 협의체안에서 불당·백석은 병구에 속했지만 획정안은 을구로 잡혔고, 병구는 이들 지역 대신 청룡동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19대때 더민주당 표가 더 많았다. 만일 더민주당 현역의원이 더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을 선거구로 가져간다면, 현역의원이 없는 갑구 더민주당 예비후보는 오히려 피해자로 남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당간 유·불리가 아닌 셈이다.
이번 건을 ‘게리맨더링’이라 보는데 정말 그럴까. 특정정당이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결정을 내는 것이 ‘게리맨더링’이라지만 지역의 현직의원이 그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각 정당에서 대표로 내세운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의원 각각 4명씩 구성돼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양승조 예비후보는 4일 출마기자회견에서 게리맨더링을 묻는 기자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같은 주장은 있을 수 있으나 획정절차를 알면 오해라는 걸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정치특위에서 논했지만 휘둘리는 문제를 막기 위해 이번엔 중앙선관위 획정위원회에서 처리해 정치권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다. 또한 지역이 떨어져 결정된 것도 아니어서 아주 부당하다 볼 수 없고, 우월적 지위에서 이뤄진 결정도 아니기에 게리맨더링으로 볼 수 없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