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천면 탑원리에서 4000여㎡에 오이 시설재배를 운영하는 효신씨네. 15년 전 2동에서 시작한 오이하우스는 이제 13동으로 늘렸지만 수익은 오히려 예년만 못하다고 푸념한다.
아들 김용희(22)가 오이작업에 여념이 없다. 속도도 빠르다. 혈기넘치는 젊은이의 특징은 대체로 ‘후딱 해치운다’는 것. 게다가 항상 해오던 작업이니 오죽 손이 빠르겠는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박상돈 병천·동면지도소장은 “선수네, 선수여” 하며 추켜세운다. 찬바람 부는 겨울. 3중비닐이 쳐진 오이하우스는 ‘따스하거나 찜통이거나’ 둘중 하나, 매서운 겨울추위는 딴세상 이야기다.
병천 탑원리에서 오이 13동을 재배하는 김효신(여·47)씨 가족. 남편도 함께 일하지만 오이유통일을 하느라, 오이하우스는 김효신씨와 아들 김용희의 몫이다.
15년 전부터 해온 일이니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오이재배’다. 그래도 가끔씩 나오는 한숨. 결코 힘들어서가 아니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이가격은 매한가진데 자재값은 훌쩍 오르고, 먹고사는 물가도 이미 예전과 같지 않으니….”
다른 하우스는 외국근로자들을 두기도 한다. 일정 규모 이상 되면 가족들 손만 가지고는 쉽지 않은 ‘고된노동’. 하지만 효신씨네처럼 가족끼리 헤쳐가는 농가들도 많다.
농가소득? “그저그렇죠 뭐~”
2월22일 효신씨네는 오이 60박스를 가락동농수산물시장으로 출하했다. 겨울오이의 첫 출하다. 박스당 50개의 오이가 들었으니 모두 3000개의 오이가 출하된 것이다. 그리고 23일 또다시 32박스를 출하했다. 아마 4월까지는 수확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한다.
매달린 오이는 팔뚝만한 것부터 새끼손가락만한 오이까지, 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것까지 다양하다. ‘한해 첫 단추가 잘 꿰어져야 할텐데….’ 걱정도 해보지만 올해는 유독 오이가 잘 커줬으니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올해 몸살은 없었습니까?” 오이를 사람의 몸살로 비유하는 걸 보면 오이농가들의 오이애정이 각별해 보인다.
다행히 올해 효신씨네 오이는 별 탈 없이 잘 컸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까지는 49개짜리 모종판을 심다가 올해 32개짜리로 바꿨더니 여간 튼실한게 아니다. 돈 쓴 값을 해서 흐뭇하다.
오이 시설재배는 한해 세번까지 농사질 수 있지만 힘들다 보니 두번 농사로 만족하기도 한다.(박상돈 병천동면지도소장에게 설명하고 있는 효신씨)
박상돈 지소장이 ‘아우내오이’에 대한 재배현황을 알려준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천안시 전체 오이 재배면적은 145㏊. 325농가가 2만7000여톤을 생산해냈다. 수입은 대략 325억원. 한 농가당 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시설재배에 워낙 많은 자재값이 들어 실제수입은 반도 안된다. 노지오이는 50농가(31㏊)가 1300톤 정도를 생산, 시설재배의 5% 생산량밖에 안된다.
아쉽다면 오이는 직거래가 쉽지 않다는 것. 천안이 도·농복합도시라고는 하지만 농협 등이 대대적인 체계를 갖추고 덤벼들지 않고는 오이농가들에게 직거래는 낯선 단어일 뿐이다. 효신씨네 오이도 어쩔 수 없이 전량 가락동으로 올라간다.
“지금 생각해보면 15년 전의 오이재배는 농가소득원으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때 우린 두 동부터 시작했지만…, 요즘 시세는 썩 좋지를 않죠. 그래도 그냥저냥 하는 수 밖에요.”
그래도 효신씨의 얼굴은 의외로 밝다. 본격적인 출하시기여서 그런지, 아님 체념 때문인지….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