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민단체들은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 합의를 즉각 파기하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월30일(수) 오전11시30분 천안 서북구 신부공원에서는 천안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매서운 한파도 아랑곳 하지 않은 참가자들은 지난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 합의에 대해 “모호하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사과와 배상책임을 비껴간 재단설립을 통한 지원에 대해 반대한다”며, “굴욕적인 이번 합의를 파기하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은 그간의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피맺힌 요구를 저버린 정치적 거래의 산물이자 일본정부의 전쟁범죄를 묻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에 다름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범죄의 당사자인 일본정부의 책임은 모호하게 감춰지고 있으며, 사과 또한 책임의 소재를 감춘 불분명한 표현들이고, 한국정부의 재단 설립과 일본의 출자형식의 지원은 일본정부의 범죄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대 일본정부 7대 요구사항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인정 ▷공식사죄 ▷진상규명 ▷법적배상 ▷책임자 처벌 ▷추모비와 역사관 설립 ▷올바른 역사교육 실시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는 이들 중 어느 하나 언급된 것이 없다. 할머니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정부가 독단적으로 벌인 굴욕협상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겼다”며 격분을 토로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한일외교장관 회담의 결과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한일양국 정부가 합의를 밀어 붙이려 한다면 평화를 지키고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과 함께 위안부피해할머님들의 억울함이 풀어지고 일본정부의 참회가 이루어질 때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신부공원의 ‘천안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시민 성금으로 마련됐다. 여기에는 147개 기관 및 단체, 1200명의 개인이 참여했다.
<이진희 기자>
이번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온몸으로 저항해온 할머니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다. 담요 밑으로 드러난 ‘평화의 소녀상’의 발끝이 더욱 안쓰러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