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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께 잔인한 계절 겨울…빙판길 엉덩방아 주의

신체노화로 평형감각 잃어, 응급실 환자 절반 이상 ‘대퇴골절’

등록일 2015년11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문형준 교수(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겨울철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동상, 저체온 등 한랭 질환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만취해서 필름이 끊겨 쓰러진 사람이라면 모를까 실제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에는 그런 환자들이 흔치 않다. 겨울철 가장 많이 내원하는 환자들은 빙판에 미끄러져 다치는 사람들이고, 태반은 엉덩방아를 찧어 발생하는 대퇴골 골절 환자들이다.

대퇴골 골절은 대부분 65세 이상 노인,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뇌기능이 감소하면 평형감각 역시 감소한다. 관절 기능이 떨어지면서 적절하게 주변에 반응해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노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이 나타나 아주 작은 외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기 쉽다. 추운 겨울 길은 빙판으로 변하고 땅바닥은 딱딱하게 굳는다. 추울까 봐 두텁게 걸친 외투와 두꺼운 양말은 움직임을 더 힘들게 만든다. 겨울은 이래저래 노인에겐 위험하고 혹독한 계절인 것이다.

넘어져 대퇴골 골절이 생기면 일단 다리를 움직일 수 없고, 작은 움직임조차 엄청난 통증을 유발한다. 임시로 뼈를 맞추고 고정하고 수술 전까지의 과정 역시 계속해서 통증이 이어진다. 그것보다 환자를 가장 위축시키는 것은 혼자 힘으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번의 실수로 자리에 누워 몇 주간 내 자식이 내 대소변을 받아내야만 한다. 자식 대신 간병인에게 맡긴다 해도 환자의 자존감은 땅바닥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옛날에는 그대로 누워 생을 마쳐야했지만 의학 기술이 발전해서 많은 환자들은 인공관절 치환술로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높은 고령, 기저 질환이 많다면 인공관절 수술은 어렵다. 아직 간단한 수술은 아닌 것이다. 수술을 잘 마치더라도 끝난 것이 아니다. 한 연구에서는 다치기 전과 비교해 50% 정도의 환자들은 불편감이 생긴다고 한다. 불편감이 심한 환자들은 점차 걷기를 거부하게 되고, 결국 누워 지내게 된다. 사람은 움직여야 생기가 돈다.

수술을 받지 못하고 누워 지내는 환자들에겐 욕창이 잘 생기고, 소화불량 때문에 곡기를 줄이게 된다. 움직이지 못해 심부 혈전증도 잘 생긴다. 더 큰 위험은 감염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요로 감염이나 폐렴이 생기면 치명적이다. 청년시절 골절은 훼방꾼이었다면 노인 골절은 살인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안타깝지만 골절된 우리의 몸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낙상과 골절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골절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우리의 최선의 노력은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잘 먹고 움직이는 것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또 하나는 넘어지지 않고, 넘어지더라도 덜 다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길가의 눈은 깨끗이 치우는 것이 좋다. 어른을 모시는 집이면 넘어지기 쉬운 장소에 보조 손잡이를 설치하고, 미끄러지지 않는 장판도 깔아 낙상을 예방해야 한다. 일상의 소중함은 다쳐보면 절감한다. 겨울철이 시작됐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낙상을 예방해 일상의 행복을 잃지 말아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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