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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충남도, 4대강 전철 왜 다시 밟나

예비타당성 조사 생략, 땜질식 처방 지적도

등록일 2015년11월1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까지 도수로 공사 개요도

정부와 충남도가 가뭄의 주요 대책으로 4대강 물을 끌어다 쓰는 공사를 벌이면서 관련 절차를 사실상 무시하기로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의 나쁜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충남도(도지사 안희정)는 보령시와 서산시, 홍성군 등 8개 시·군에 식수를 공급하는 보령댐 수위가 낮아지자 인근 부여 백제보 물을 하루 11만5천 톤씩 보령댐 상류로 보내기로 했다. 부여에 있는 백제보 하류 6.6km 지점에서 물을 취수해 부여군도 27호와 국도 40호 등 21㎞에 도수 관로를 묻는 작업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또 2017년 6월까지 금강 공주보 물을 예산에 있는 예당저수지에 공급하기 위해 공주보와 예당호를 잇는 도수로(30㎞) 공사를 벌이기로 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생략하고 환경영향평가는 대충 대충?

하지만 두 사업 모두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기로 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지표조사, 재해영향평가, 도로 굴착허가, 하천사용 허가 등 17가지 행정 절차도 간소화됐다. 금강-보령댐 도수관로는 내년 2월 말을 목표로 현재 8%의 공정률을 보인다.

논란은 가뭄에 따른 긴급성을 이유로 정부가 스스로 정한 원칙과 절차를 무너뜨렸다는 데 있다.

지난 2012년 충남에는 104년 만의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올해와 같이 서해안권인 아산, 당진, 서산, 태안, 홍성, 보령·서천지역이 농업용수 부족으로 손해를 입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충남도의 건의를 받은 후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수자원을 가뭄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충남도와 농식품부는 금강 도수로 공사와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내년 5월까지 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하고 내년 7월까지 예비타당성 신청을 할 예정이었다. 충남도는 금강-예당저수지 도수로 공사와 관련 올해 가뭄 피해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예비타당성 결과가 나오는 2018년 이후에나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수자원공사, 금강 물 다른 곳 활용 안 된다더니

이는 4대강 사업 과정과 흡사하다. 정부는 4대강 사업 때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했다. 또 문화재관리법, 자연환경 보전법, 경관법, 습지보전법, 수질 및 수생태계에 관한 법률, 동식물보호법 등이 정한 절차를 부실하게 해 위법 논란을 벌여야 했다.

충남도는 앞서 공주보나 백제 보의 물 활용 방안을 검토했다가 중단한 바 있다. 금강 수질(생화적산소요구량)이 4등급으로 나타나 생활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수장 등을 따로 설치해야 해 경제성마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기술 검토 결과를 통해 '백제보와 공주보의 관리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강 물을 다른 곳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충남도가 이번에는 "금강 물을 전처리시설을 설치해 5단계 정화처리'한 후 보령댐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전처리시설을 통해 물이 공급되면 수질 문제는 크지 않으리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충남도는 12일 오전 "취수 예정지에 녹조차단막을 설치하고 별도의 여과시설에 디스크 필터를 장착할 계획"이라며 "여기에 더해 물을 떨어뜨려 거품을 일으키게 하는 폭기와 여과 시설인 세라믹여재, 습지 조성을 통한 자연정화로 5단계 정화처리를 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환경단체, 4대강 나쁜 선례 왜 되풀이 하나

충남도 관계자는 "금강 물이 합해진 보령댐 원수는 더 강화된 최종 정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도민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강 물을 다른 곳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던 수자원공사는 아무 말 없이 도수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손바닥 뒤집듯 말과 행동을 바꾼 것이다. 충남도는 올해 백제역사문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를 계기로 유적·유물을 적극 보호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도수로 공사를 위해 문화재 지표조사 절차를 간소화한 데 대해서는 별말이 없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금강 물을 보령 댐과 예당저수지로 보낼 경우 생기는 문제에 대한 검토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 검토 및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게 아니라 더 정밀한 사업평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관로 정비를 통한 누수방지 등 중·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는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충남지역언론연합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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