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고 부지는 여고로부터 1.7km 떨어져 있다. 여고 측은 건축한 지 40년이 돼 벽이 갈라지고 물이 새고 있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여고 뒤쪽에는 축산시설까지 들어서 악취마저 심하다.
충남 홍성여고 학부모, 학생, 교사, 동문이 한목소리로 학교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와 동문 등 이전추진위 관계자들은 지난 5일부터 충남도교육청 앞에서 이전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이전을 희망하는 곳은 여고로부터 1.7km 떨어진 홍성고다. 내년 3월이면 홍성고는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에 마련한 새로운 부지로 이사한다. 그 빈자리를 홍성여고가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홍성여고는 60여 년 전인 1953년 개교했다. 현재 3만 3000㎡ 부지에 19개 학급, 550명 정도가 재학 중이다. 홍성고는 1951년 문을 열어 5만 3000여㎡에 현재 7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비슷한 역사를 자랑한다.
홍성여고 학생들은 왜 지금 홍성고 부지로 가려고 할까? 학교 관계자들은 건물 노후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건축한 지 40년(1976년 건축)이 돼 벽이 갈라지고 물이 샌다는 것이다. 실제 벽체 곳곳에 눈에 띌 정도로 금이 가 있었다. 본관 건물 또한 살짝 휘어져 있다.
홍성여고 뒤쪽에는 축산시설까지 들어서 학습에 지장을 줄 정도다. 1, 2학년 학생 절반 가까이가 '축산분뇨로 학습방해를 겪고 있다'(46%)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학교가 홍성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 등하교를 학부모 차량으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외진 곳에 있어 성범죄 위험성마저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통학로 혼잡으로 사고 위험성도 크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홍성고 입지는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정보관에 특별 교실동, 홍성고 역사관, 기숙사, 체육관, 시청각실, 영어전용교실, 종합자료실, 자기주도학습열람실 과학실까지 갖추고 있다. 작은 대학 캠퍼스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기숙사의 경우 홍성여고가 100명을 수용하는 반면 홍성고는 300명 이상이 입소할 수 있다. 때문에 홍성여고 관계자들은 지난 2013년부터 홍성여고 이전추진위를 구성하고 홍성고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홍성여고를 이곳으로 이사 시켜 달라고 요구해 왔다.
반면 도교육청은 그동안 도교육청 산하 여러 직속기관을 유치하는 방안을 주로 고민해왔다.
그런데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지난 6일, 추진위와의 면담에서 "외부전문기관에 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용역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이번 주중 '홍성고 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입찰 공고(3000만 원)할 예정이다. 용역 과제에는 여고 이전 외에도 도교육청 직속기관 활용, 홍성고 부지 매각 등 모든 방안이 모두 포함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추진위는 이번 용역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추진위는 지난 6월 충남도교육청에 여고이전을 공식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도교육청은 '이전비용(113억 원 추정) 문제와 함께 특혜'라며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그러자 지난 8월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9월에는 재학생들까지 나섰다.
김순환 이전추진위원장은 "도교육청은 그동안 근거가 불명확한 이전 비용 등을 내세워 홍성여고 이전에 부정적 태도를 취해왔다"며 "용역은 이전 반대를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미 이전추진위 부위원장도 "도교육청이 여고 이전 여부를 교육적 관점을 최우선에 놓고 판단해야 하는데도 경제적 효율성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용역을 통한 문제 해결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전에는 여러 직속기관의 일부 기능을 홍성고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주로 검토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 관계자들은 도교육청이 여고 이전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