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준 교수(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이비인후과)
아무리 길눈이 어두운 사람도 지금은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내비게이션 기술 보급 결과다. 간단한 스마트폰의 터치 몇 번만 하면 내비게이션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을 따라 목적지에 도달하는 세상이다.
과거 고식적인 축농증 수술은 윗입술 밑을 크게 절개하고, 상악골을 부분적으로 손상시키고 들어가 육안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이 경우 수술자에게 시야는 좋지만 수술부위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상부위가 손상되기 때문에 환자에게는 침습적인 치료법이었다.
요즘의 축농증 수술은 내시경을 이용해서 모든 술기가 비강 내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과거의 고식적인 수술보다는 덜 침습적이고, 회복기간도 빠르고, 수술 후 외형적인 변화도 거의 없다. 일상생활도 바로 가능하다.
장점도 많고 널리 보편화 됐다지만 내시경 수술역시 완벽하게 안전한 치료법은 아니다. 렌즈가 달린 가늘고 긴 막대기와 앞부분에 여러 작은 기구들이 부착되어 있는 막대기 형태의 장비를 이용하다 보니 우선 수술자의 시야가 제한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가늘고 긴 기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수술부위에 인접한 안구, 뇌를 비롯한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보완책으로 다양한 진단 영상들을 이용해 위험 부위들을 피해 안전하게 수술한다지만, 영상은 2차원적이기 때문에 3차원의 수술부위를 수술함에 있어서는 역시 한계가 있다.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끊임없이 토론과 연구를 이어왔다. 최근 그 노력의 결과로 상당히 진일보한 기술들이 개발됐다. 마치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전하고 빠른 길을 찾듯, 수술자에게 필요한 정확한 위치 정보들을 제공하는 첨단 의료용 내비게이션 기술이다. 현재 수술하고 있는 지점이 정확하게 어딘지, 또 인접한 안구 및 중추신경계와는 거리가 얼마나 확보돼있는지 등 정보를 정확하게 수술자에게 전달해 준다.
의료용 광학적 내비게이션 기술은 이미 중추신경계 수술 등에서는 사용돼오던 기술이나 그동안 이비인후과 수술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여러 한계점이 있어 적용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자력과 전기적 특성을 이용해 위치정보를 제공해 주는 장비가 개발(Scopis medical navigation)됨에 따라 적용이 가능해졌고,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는 중부권 최초로 도입해 수술에 적용해오고 있다.
이비인후과에서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은 개발된 것들 중 가장 정확하고 안전한 내비게이션이다. 이미 미국의 이비인후과학회에서는 부비강재수술, 발육·외상 및 이전 수술에 의한 해부학적 왜곡, 광범위한 비강 용종, 전두, 후두 및 접형동을 포함한 병리, 두개저, 안와, 시신경, 경동맥에 인접한 질환, 두개저 결점의 뇌척수액 비루, 양성 또는 악성 비강 종양 등에 대한 수술에 널리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안전성을 인정한 바 있으며, 보건복지부에서는 제한적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작은 렌즈를 통해 시행되는 축농증 내시경 수술들은 제한된 시야로 인해 정확한 위치정보를 얻기 어려워 간혹 위험한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이비인후과에서 시행하는 내비게이션 축농증 수술은 환자에게 정말 안전한 수술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