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면 산언덕 4백평 대지에는 목사가족과 10명의 노인들이 오손도손 사는 ‘사랑의 마을’이 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사랑을 꾸미는 곳
“자식들과 옥신각신하다 이곳에 오니 세상 편하고…천국이 따로 없어.”
보청기를 했어도 정정해 보이는 82세의 정명순(가명) 할머니는 이곳에 오자마자 ‘양로원’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생활한다. 한눈에 봐도 단정한 옷차림과 단아한 말폼새가 그곳의 편안한 생활을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다른 아홉명의 노인들도 순한 표정으로 반긴다. 처음엔 경치가 수려하고 공기가 맑다는 얘기부터 산골짜기라 텔레비전이 잘 안나온다는 얘기를 하더니만 결국 주인 목사네 자랑으로 이어진다.
세끼 따뜻한 식사에 맛난 음식, 세참과 밤참까지 따지면 하루 여섯끼 먹는다나. 또 권 목사는 틈나면 밤이고 새벽을 가리지 않고 둘러보며 배려를 한다고. 특히 지난 주 82세로 소천한 윤 할아버지에겐 한술 한술 음식을 떠내주며 정성이 지극했다고 자랑이다.
사랑의 마을엔 사랑이 있어요.
산좋고 물좋기로 이름난 북면, 그곳에서도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전곡리라는 마을이 나온다. 그곳 마을의 웃 언저리에 4백여평의 대지를 품안고 목사 가족이 차린 것은 ‘사랑의 마을’. 바로 권정곤 목사 가족이 99년 8월에 정착, 2000년 7월부터 운영하는 양로원이다.
권 목사는 군포에서 구산교회라는 개척교회를 5년여간 운영해 오다 양로원 등의 종합복지타운 운영의 큰 뜻을 품고 천안 북면에 정착했다.
“어르신네들이 요양하며 건강과 영혼구원에 적합한 곳을 찾느라 몇 달을 헤맨 끝에 이곳을 얻게 되었죠.”
현재는 처음 식구가 된 민씨를 비롯해 할아버지 세명과 할머니 일곱명이 8개의 꽤 넓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조립식이기는 하지만 여느 안방처럼 따뜻하고 정갈한 방들은 두명씩 생활, 현 조건에서 아직 6명이 더 들어올 수 있다. 또 욕실도 두 개 시설을 갖췄으며, 식당은 목사 가족네와 함께 하는 등 ‘한집 식구’의 자연스러움이 있다.
요즘도 생활정보지 등의 광고를 통해 문의하고 들어오는 이들이 있다. 얼마 전에도 90세의 할머니가 찾아왔다.
“안타까움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단 정부 보조를 받는 네분과 자식들이 한푼 두푼 보내오는 것들이 보탬이 돼 우리 식구들의 필요한 생활비가 되고 있어요”라며 무료 복지혜택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나 다른 복지시설의 일반적인 어려움이 이곳엔 없다. 보통 그곳 주민과의 마찰이 빚어지며 사이가 안좋은데 비해 일년여밖에 안된 사랑의 마을은 벌써 전곡리 40여가구의 인정을 받고 있다.
“처음엔 이곳에서도 꺼려하셨는데 가끔씩은 마을회관에 찾아 뵙고 음식이라든가 음료수를 대접하기도 하고, 농사일로 들일 나오시는 분들에겐 식사나 커피 등을 대접하며 허물없이 대한 것이 좋은 인상을 주고 있나 봐요.” 이같은 내용은 인근 가정집에서도 확인이 됐다.
대자연에 둘러싸인 목사 가정과 열 명의 노인들. 이들이 사는 사랑의 마을이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 아직 찾지 않는 자원봉사자와 이웃의 사랑의 손길이 가득 넘쳐나길 기원하며 그곳을 나왔다. ☎553-8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