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출산 전까지 반도체 공장에서 몇 년간 일을 했습니다. 공장에는 각종 화학물질과 방사선 장비가 있었고 교대근무를 했습니다. 공장에 출근한 뒤부터 생리불순과 피부질환이 생기고, 결혼 후에는 난임과 유산으로 7년 만에 아이를 출산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장애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혹시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면서 취급한 화학물질과 방사선 장비가 원인이라면, 제 아이의 장애도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임신부와 태아는 하나입니다. 따라서 여성노동자가 임신 중 업무로 인해 태아의 건강에 손상이 생겼다면 이는 임신부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 즉, 산재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의하는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이므로 그 자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가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태아의 장애에 대해서는 산재보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해 말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임신 중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므로 업무에 따른 태아의 건강손상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여성노동자의 태아 장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판결입니다.

위 간호사들은 의료원에서 일하면서 임신 초기 산모와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유해약물에 노출되고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며, 같은 의료원에서 2009년 임신한 간호사 15명 중 5명, 2010년 12명 중 4명이 유산을 했고, 임신 후 태어난 자녀 10명 중 4명은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안고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세대를 건강하게 재생산하지 않고서는 국가공동체는 존속할 수 없으며,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리 헌법은 국가의 모성보호의무를 천명하고 있다”며, “이에 근거해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는 더욱 두텁게 보호돼야 하고, 산재보험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 불리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위 판결을 계기로 화학물질을 취급하거나 야간근무를 수반하는 교대근무 사업장의 전현직 여성노동자들의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반도체 공장은 생식기능에 독성을 일으키는 생식독성물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 반도체 공장에서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자들이 나타나고 일부가 산재로 인정되면서, 전현직 여성노동자들 사이에서 그동안 말하기를 꺼렸던 생리불순, 난임, 불임, 유방암, 난소암, 장애아 출산, 그밖에 생식기능 질환에 관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화학물질 등에 노출된 여성노동자의 태아 장애도 산재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상담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을 청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민호 공인노무사. <무료 상담>
전화: ☎561-9119(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557-7235(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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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김민호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상임대표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