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0일 천안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는 충남교육청 주최로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추진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중2 올라가는 아들을 둔 학부모다. 지금껏 얘기를 들어보면 충남도의원들은 충남교육청의 준비가 미흡해서 평준화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평준화를 도입했던 강원도와 비교하면 도대체 뭐가 얼마나 부족하다는 말인가?”
“강원도에서 평준화 업무를 담당했던 장학사의 입장에서 양 쪽을 비교해보면 충남도가 모든 면에서 상당히 준비를 더 잘하고 있다. 학교시설의 편차도 그리 크지 않고 통학문제도 훨씬 나은 상황이다. 또 충남은 처음부터 선희망 후추첨 방식까지 도입할 계획인데 이는 강원도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시스템이다.(1월28일 확정예정)”
지난 1월20일 오후7시, 천안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는 충남교육청 주최로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추진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밤 10시가 다되도록 열기를 이어간 이날 토론회는 2016년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실시를 갈망하는 350여 명의 학부모와 교육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충남교육청의 고교평준화 추진현황 설명 ▷강원도 평준화 추진 사례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고교평준화 ▷학교 현장에서 바라는 고교평준화 ▷평준화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와 기대 순으로 진행됐으며 토론이 끝나고 서는 방청객의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강원도교육청에서 2013학년도 춘천, 원주, 강릉지역의 고교평준화를 추진했던 이 웅 장학사가 토론자로 나서 당시의 강원도와 현재의 충남을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장학사는 평준화 추진 과정에서 수반되는 시설투자와 학교별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 사례 등을 설명하며, “평준화 실시 이후에 비선호학교가 급속하게 해소되고, 학력이 상승했고 대학진학이 강점으로 부각됐으며, 생활지도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73.04%의 학생들이 학교에 대하여 만족도를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웅 장학사는 “평준화 도입당시 강원도교육청은 평준화와 관련한 별도의 예산이 전무했다. 이에 비해 충남교육청은 기숙사 신축, 통학버스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까지 마련해 두고 있다. 천안지역은 빠른 시일 내에 평준화를 실시해야 한다. 충남교육청의 준비 상황은 2016년 천안지역의 평준화 추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안지역 고교평준화는 천안중앙고, 천안고, 천안여고, 북일여고, 복자여고, 월봉고, 쌍용고, 두정고, 신당고, 오성고, 청수고, 업성고 등 ‘후기 2차 일반고’ 12개 학교 신입생을 추첨 선발해 배정하자는 내용이다.
천안고교평준화 충남도의회 표결, 어떻게 귀결될까?
부정적 기류 여전, 통과 여부 불투명
2016년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도입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천안고교평준화는 이미 지난 2013년 11월8일부터 12월6일까지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3만명에 가까운 교육주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73.8%의 압도적인 지지로 도입이 결정된 바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다수인 충남도의회는 지난 10월, ‘시기상조’ 및 ‘준비미흡’을 이유로 찬성 14표, 반대 19표, 기권 5표로 천안고교평준화 조례개정안을 부결시켰고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갈등은 사실상 학생·학부모를 포함한 시민들과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도의회의 대결구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6년 고교평준화 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학습지도를 해 온 학부모들과 일선학교는 커다란 혼선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새누리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도의회의 고집 때문에 천안지역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온전히 피해를 볼 수도 잇는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월20일(화) 열린 공청회에서는 이런 교육가족들의 불안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학생자존감, 생활·학습지도, 대입성과 모든 면에서…
발제에 나선 충남교육청 전석진 교육과정과장은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추진을 발표하고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추진단을 부교육감 직속으로 확대 개편한 뒤 지금껏 충실히 준비해 왔다”며 “집중적인 진학지도 노력으로 아산지역의 고입 불안정 요인이 완전히 해소됐고, 평준화에서 제외된 성환고와 목천고는 만족도 높은 학교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이 자리에서 “학생들의 통학여건 개선을 위해 대중교통 노선을 조정하고 도심 외곽에 위치한 천안업성고와 천안신당고에는 임차버스 운영비를 지원하고, 2016년 6월까지 기숙사를 완공해 원거리 통학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비선호학교에 대해 4억원의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비를 지원하고 일반고 역량강화 사업과 연계하여 학교간 교육격차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 과장은 “현재 천안지역 중2 학생과 학부모들은 2016학년도에 천안 평준화가 실시되는 것으로 알고 1년 넘게 고입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고교평준화가 2017학년도 이후로 연기될 경우 학교 현장에 심각한 혼란이 예상된다. 오는 1월27일 개회되는 제276회 임시회에서 반드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중도일보 이승규 부국장은 “고교평준화는 이미 40년의 검증기간을 거쳤으며 나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천안은 인구 50만 이상이 도시 중 유일하게 비평준화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금, 70% 이상의 주민이 다시 고교평준화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머리를 맞대고 다수의 필요성에 따른 결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천안업성고 전지현 교사는 “천안지역의 고등학교는 극심한 서열화로 인해 하위권 학교의 학생들은 자존감을 상실한 상태로 생활지도와 학습지도가 어렵고, 상위권 학교의 학생들은 현행 내신위주의 대입제도에서 대학입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수시 및 내신위주의 현재 대입전형에서는 개인의 역량만으로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고교평준화가 적극적으로 도입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충남교육청이 도의회와 소통하고 협력하여 천안지역의 고교평준화가 일정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했다.
평준화 부정기류 여전, 통과 불투명
한편 충남교육청은 지난 1월16일(금)자로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추진을 위한 조례개정안을 충청남도의회에 다시 제출했다. 이번에 제출된 조례개정안은 이달 27일부터 2월5일까지 열리는 제276회 도의회 임시회에서 다루게 된다.
하지만 도의회의 부정적 기류는 여전해 통과 여부는 이번에도 불투명한 상태다.
아산출신의 장기승 의원은 최근 한 인터넷 언론과의 통화에서 “본회의에서 부결된 안건을 100일도 안 지나 다시 제출한다는 건 도의회에 대한 무시와 경시를 뛰어넘어 도민들에 대한 폭거다. 이 사안은 더 이상 논의할 가치가 없다”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천안지역의 김동욱, 이진환 도의원도 이미 여러 차례 확실한 반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6년 평준화 도입을 위해서는 사실상 이번 도의회 표결이 마지막 기회기 때문에 교육당국과 학부모들은 조바심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
천안지역 고교평준화는 김지철 교육감의 핵심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만약 이번 조례안 통과가 무산될 경우 김 교육감의 향후 주요 정책추진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민단체들은 이번에도 충남도의회가 천안고교평준화를 막아 설 경우, 주민소환 등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이번 표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