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성전자서비스 두정점 외근근로자 고 최종범씨가 ‘너무 힘들고 배고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주기가 됐다. 사진은 고 최종범씨 1주기 추모식.
지난 10월31일은 천안시 삼성전자서비스 두정점 외근근로자 고 최종범씨가 ‘너무 힘들고 배고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1년이 지난 후 천안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한마디로 더 악화됐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지난 6월28일 전국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한국경영인총연합회(삼성전자 위탁)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10월31일 천안(천안은 삼성티에스티㈜)을 비롯해 아산, 홍성, 서산 등이 각각의 사측과 조인식을 가졌다.
조인식은 단체협약 협의사항을 구체화 하는 과정으로 협약에 따른 임금형태를 상세하게 정하게 된다.
그러나 조인식이 있은 후 11월10일(매월 10일이 급여날) 급여는 예년과 비교해 오히려 감소했다고 천안삼성전자서비스 두정점 노조는 설명하고 있다.
급여가 감소한 이유는 사측과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 예로 단체협약 내용 중 ‘근속수당’ 책정 기준의 해석이 달랐다.
단체협약에는 근속수당이 5년 5만원, 10년 10만원, 15년 15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11월10일 사측이 책정한 근속수당은 5년~9년 5만원, 10년~14년 10만원, 15년 이상 15만원으로 책정됐다.
노조에 따르면 협약 이전 근속수당은 3년~5년 5만원, 6년~10년 10만원, 11년~15년 15만원으로 책정됐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5년 이하 근속을 하더라도 받았던 근속수당을 5년 이상 회사를 다녀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조는 사측이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천안삼성서비스센터 김기수 분회장은 “단체협약 조항에는 단체협약을 이유로 기존의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면 안된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기존 근로조건이 퇴보됐다”며 “사측은 명백히 단체협약 조항을 어겼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휴대폰 요금이 6만원에서 4만9000원으로, 가족수당이 6만원에서 4만으로 감소하는 등 각 종 수당이 감소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또한 외근직의 경우 A/S 건당 수수료가 급여로 책정되는데, 자주 사용되는 부품 A/S 수수료의 수당은 낮추고 자주 쓰이지 않는 부품 A/S 수수료 수당을 높여, 전체 급여가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고 최종범씨 유가족이 1주기 추모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노조탄압 도 넘었다
삼성서비스센터 노조는 급여의 감소 뿐 아니라 사측이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이 더 큰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200억원을 투자해 전국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외근 근로자에 대한 차량지원이 실행됐으며 기본급이 도입됐고, 안전모, 안전장갑 등이 지급됐다.
노조는 외형적인 근무환경은 변화됐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노조에 대한 차별이 더욱 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수기 인센티브제도’라는 것이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외근 근로자의 경우 A/S 건수당 수당이 붙기 때문에 성수기인 6월부터 8월까지 3달 동안 높은 급여를 받는다. 그러나 비수기인 나머지 9달은 성수기 때 받은 급여를 쪼개어 생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수기 기간 노동자 생활을 보조하기 위해 노동자 개인당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천안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비수기 인센티브’로 비수기 동안 매 월 노동자 개인당 10만원(외근직)에서 5만원(내근직)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노동자 생활을 보조하기 위해 지급하는 인센티브에도 성과제를 도입해 성과가 좋은 직원은 비수기 인센티브를 받고 아예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직원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에 가입된 직원은 비수기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사측에 요구했지만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지난 5월17일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염호석씨가 고 최종범씨의 뒤를 이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천안삼성서비스센터 두정점 노조원은 지난해 42명에서 퇴사, 노조탈퇴 등의 이유로 현재 29명만이 노조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천안삼성서비스센터 노조는 고 최종범씨 1주기 전인 10월26일 최종범열사추모사업회를 발족시켰다.
김기수 천안분회장은 “우리는 하루하루 불안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나 윤택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기복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을 뿐”이라며 “지역민들의 관심이 저희에게 힘이 되고 삼성을 바꾸기 위한 작은 행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