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훈 작가 개인전이 10월14일부터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린다. 사진은 공성훈 작 <나무1> 2014, 캔버스에 유채, 162.2x112.1cm.
아라리오갤러리는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고전적 장르라 할 수 있는 전통회화를 고수하며 본인의 확고한 입지를 다진 공성훈 작가의 개인전을 천안에서 10월14일부터 12월28일까지 개최한다.
공성훈은 웅장하고도 서정적인 자연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로,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바 있는 실력 있는 작가이다. 이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서정적이고도 웅장한 그의 150호 대형 신작을 대중들에게 대거 선보이고 작품 안에 담겨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공유할 예정이다.
'개인의 삶‘ 뒤흔드는 사회시스템 통감
공성훈 작가는 1987년 서울대 서양학과 학부를 졸업한 후 서울산업대학 전자공학과에서 수학한 후 서울대 서양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졸업 후 그는 멀티 슬라이드 프로젝션이나 다양한 영상, 설치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이 제도로서 유통되는 구조를 비판하는 작업들을 선보이며 당시 젊은 작가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그의 공대에서의 경험은 그가 미술에 거리를 둔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를 맞아 급작스레 어려워진 형편 때문에 벽제 화장터 근처 비닐하우스로 이사한 뒤, 용인까지 왕복 다섯 시간이 넘는 출퇴근길을 다녀야 했었고, ‘개인의 삶’을 뒤흔드는 사회 시스템에 대해 철저하게 통감했다.
매력 있는 매체인 회화에 한번 몸담았던 사람은 비록 다른 매체로 떠나더라도 회화를 잊지 못한다. 이 점은 아마 공성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때문에 그의 2000년대 이후 작업은 본인의 심리와 감정을 더욱더 용이하고 효과적으로 투사시킬 수 있는 전통 회화에 집중된다. 비록 매체는 변했으나 그의 회화에선 영상작업에서 볼 수 있었던 원색조의 강하고 자극적인 색감과 기이한 느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그의 작업은 그의 벽제 작업실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개’나 ‘도시 외곽의 밤 풍경’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 시리즈 작품들에서는 조금은 소름 끼치는 서늘함이 느껴진다.
황량하고 어두운 풍경 속에 번뜩이는 개의 눈동자 때문인지 마치 야생 늑대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느껴짐과 동시에, 말끔하게 정리된 매끄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색감을 지닌 화면은 회화작품 감상의 원초적인 즐거움도 전해준다. 후에 일산으로 작업실을 옮겼는데, 이때부터는 밤이 아닌 낮의 평범한 시내의 풍경도 그리기 시작했다. 또한 최근에는 철원이나 울산, 울릉도, 제주도 바다와 같은 풍경을 그리고 있다. 섬광처럼 번쩍이는 날카로운 빛과 인공적인 원색조의 과장된 색감에서 오는 스산하고 기이한 느낌은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불안’, ‘고독’, 과장된 색으로 표현
표현 매체의 변화가 있긴 했지만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다. 최근 작품들은 거대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한국사회의 공통적 정서인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을씨년스러운 겨울의 모습과 인간의 고독이 강렬하게 담겨있다. 이런 웅장하면서도 음울한 자연환경은 과장된 색으로 칠해져 더욱 드라마틱한 느낌을 받는다. 그는 통속적인 것과 일상적인 것들의 교차점에서 우리 삶의 감수성과 동시에 욕망과 허영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 안에서의 ‘풍경’ 은 서양의 전통적인 풍경화에서 묘사되는 숭고한 그것과는 길을 달리한다. 오히려 자연 풍경을 다양한 의미를 가진 회화로 치환시키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혹은 이미 일어난 것 같은 불긴한 사건의 전후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에서는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긴장감과 더불어 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