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67·금마운수 택시기사)
“4년여, 50개월 동안 택시를 운행하면서 메모했던 것들을 나름대로 분야별로 모아 책으로 정리하게 됐습니다. 저 스스로 제 삶에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의도도 있었지요. 책을 보시는 분들이 제가 만난 승객들의 삶을 통해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런 일들도 있구나’ 공감하고 본인이 가진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반백의 머리에 단정한 60대 후반. 유영철 씨의 직업은 택시기사다.
젊은 시절 농어촌진흥공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제빵대리점, 식당 등의 사업을 하면서 수차례 부침을 겪다가 택시운전대를 잡은 지 이제 5년째. 금마운수 택시기사 유영철 씨는 지난 7월5일, ‘모다 아는 세상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작은 책을 내놓고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어느 택시기사의 자전적 에세이집’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는 이 책에는 그가 천안의 택시기사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만난 다양한 군상들의 노후걱정, 가족, 정치, 교육, 종교부터 음담패설까지 소소한 일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전문적인 작가도 아니고 별도의 글쓰기 수업도 받은 적이 없다보니 흔한 미사여구도 없고 현학적인 단어들도 없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글들이 더욱 담백하고 깔끔해 쉽게 읽히고 마음에 울림을 전한다.
공기업을 그만두고 사업을 잘 운영하다가 접게 되고 다시 시작하는 본인의 인생을 두고 유씨는 스스로 ‘인생고시를 4번이나 치렀다’고 말한다. 그만큼 어려운 시간을 겪으며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는 뜻이리라.
“전국에 택시기사가 20만명도 훨씬 넘는다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마다의 사연들을 들을 기회도 참 많아요. 택시기사란 직업은 세상에 꼭 필요한 직업인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경시되고 있어요. 물론 기사들의 책임이 가장 크죠. 이런 인식들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 싶은 욕심도 있답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책을 내보고 싶다는 유씨.
누구나 한평생 살면서 잘되는 날도 있지만 실수도 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것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떻게 일어서느냐, 어떤 태도로 다시 삶에 임하느냐가 진정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그런 면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는 노년의 택시기사 유영철 씨에게서는 여전히 팔팔한 젊음의 뜨거운 피가 느껴졌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