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천안점과 사업조정신청을 한 천안시슈퍼마켓협동조합과의 협의안에 대해 겉만 잘 포장된 선물꾸러미와 같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코스트코 천안점이 오는 5월31일 개점할 계획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코스트코 천안점이 오는 31일 개점을 앞둔 가운데 천안시슈퍼마켓협동조합과의 합의안이 보여주기식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스트코는 천안시 서북구 차암동 제3일반산업단지 내에 건물면적 3만113.22㎡,대지면적 2만 3579.70㎡과 매장면적 1만 3610.63㎡에 지상 1층 규모로 대규모 점포 개설등록 신청을 지난해 11월16일 시에 접수했다.
천안시슈퍼마켓협동조합은 지난해 10월4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을 근거, 중기청에 사업조정신청을 했다.
사업조정신청은 중소기업자단체 또는 대기업등의 진출에 따라 경영안정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에서 동일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은 중소기업이 사업조정을 신청하는 제도다.
이번에 코스트코 천안점과 천안시슈퍼마켓협동조합이 합의한 주요 내용은 대추, 깻잎 등 8개 품목을 영구적으로 판매할 수 없고, 홍보 전단지 발행도 연 10회로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지역 특산품과 주류 등을 지역 유통 업체로부터 납품 받아 판매해야 한다.
천안아산유통조합 코스트코 상대, 사업조정신청 하겠다
제외된 8가지 품목이 생계 위협?
합의안에 따르면 우선 중소영세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8가지 품목은 영구적으로 판매 하지 않기로 했다. 8가지 품목은 대추, 깻잎, 상추, 무, 쑥갓, 아욱, 마늘, 양파다.
소주와 맥주도 본사가 아닌 천안시슈퍼마켓협동조합으로부터 납품을 받아 판매키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이 로컬푸드점을 설치해 지역 특산품을 적극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천안점도 이 대열에 합류키로 했다.
대형유통업체들이 무분별하게 발행하고 있는 홍보 전단지도 연 10회로 제한키로 했으며, 영업시간도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로 12시간 이상을 넘지 않기로 확정했다.(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영업시간제한, 매월 2회 주말 의무휴업 적용) 오픈 기념품도 3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만 제공키로 했으며, 5만원 이하는 배달을 안하기로 합의 했다.
합의안이 도출됐지만 지역 중소상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구체적인 지역사회 환원 항목은 빠져있다.
먼저 영구적으로 판매에서 제외된 대축, 깻잎 등 8가지 품목은 직수입을 하고 있는 미국계 대형할인점 코스트코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품목이다. 한마디로 주력 상품이 아닌 것.
이 품목들이 또한 지역중소상인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특히 코스트코가 도매업자를 주 고객으로 하는 상황에서 지역 도매업에 종사하는 주체가 빠졌다는 사실은 협의안 내용에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국내 소주와 맥주도 본사가 아닌 천안시슈퍼마켓협동조합으로부터 납품을 받아 판매키로 합의한 내용은(모든 대형유통업체는 주류도매업체로부터 주류를 납품받아야 한다. 주류도매업체는 약1.5%의 유통마진을 갖는다.) 특정 단체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환원 구체적 명시 없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배재용 사무국장은 이 협의안이 그럴듯하게 겉모습만 잘 포장한 선물꾸러미 같은 협의안이라고 비판했다.
배재용 사무국장은 “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는 대부분의 품목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이번 천안의 경우 제외된 8품목은 주력품목이 아닐뿐더러 매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없는 품목”이라고 지적했다.
배 사무국장은 “코스트코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고 특히 도매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판매를 하고 있다”며 “대형마트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도매기능이 강한 코스트코는 식자재 등 지역유통 및 도매업에 직격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배 사무국장은 천안슈퍼마켓협동조합에서 조정신청을 했지만 지역도매업에 영향이 막대한 만큼 천안지역 도매업에 종사하는 주체가 함께 참여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천안·아산생활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이하 천안·아산유통조합)이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천안·아산유통조합은 출범 후 코스트를 상대로 조정신청을 하려했지만 이미 천안시슈퍼마켓협동조합이 조정신청을 했기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천안·아산유통조합에 따르면 천안·아산 유통업, 도매업에 종사는 사람이 300여곳, 100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은 월 600억원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안·아산유통조합 한상철 이사는 “도매기능을 하는 코스트코가 입점하면서 직역 대리범 보다 저렴하게 공급, 사실 싼 값으로 물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역유통업, 도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생계위협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유통·도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완충 또는 대책이 마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아산경실련 정병인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협의안 안에 지역환원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천안지역에 입점한 대형마트가 본사 핑계로 지역사회에 환원에 인색했던 것과 다름아니다. 이번 협의안은 지역중소상인 전체가 아닌 일부 상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고 그 실효마저 의심하게 만들고 있는 협의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천안·아산유통조합은 천안시슈퍼마켓협동조합과 별도로, 천안 코스트코를 상대로 중기청에 사업조정신청을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