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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단,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혁신할 터”

정형교(59) 천안문화재단 본부장/ 공무원 신분(구청장) 떠나 제2인생 첫출발… 지역 문화예술의 산실로 조성

등록일 2014년04월2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문화재단의 정형교 본부장이 요즘 ‘홀쭉’하다. 지난 1월 살빼기에 들어가 13㎏을 뺐기 때문이다. “이것 저것 다 잘 할 것 같은데 살은 왜 못빼?”라는 여동생의 핀잔에 "빼보마" 한거다.

정형교 본부장이 문화재단에 온 건 4월1일. 3월 말 서북구청장을 마지막으로 공무원 생활을 끝냈다. 문화재단 본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아는 사람들은 ‘잘 할 거다’며 그의 이력을 신뢰했다.

말단시절, 충남도 공무원이 되고자 시험을 쳐서 천안시 공무원중 3등 안에 들고, 20개 시군 60명이 겨뤄 다시 3등 안에 들어 3명만 뽑는 도공무원 배지를 달았다.

직산읍장때 교통과를 다섯번 쫓아갔어도 안된다는 답변만을 되풀이해 듣고 1년6개월 후 교통과장이 됐을때 허락해주지 않는 담당국장에게 “상급자가 출장일때 하급자의 전결을 사용하고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쳐 일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교통과장으로 있을 당시 쌍용동 이마트 앞에 택시승강장을 두는 문제를 두고서도 반발을 단칼에 물리쳤다. 점장의 반발에 “허락받으려고 온 게 아니다”며 다음날 바로 강행했다.

문화예술 “동등하게 향유해야…”

“본부장이 되고 시청 문화관광과에 찾아가 깍듯이 인사했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나 국장이고 구청장이었지, 떠난 지금은 문화재단의 본부장일 뿐입니다.”

25일 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공직에 있다 떠나니 일단 몸과 마음이 가뿐해졌다고 말했다.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에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다는 그. 화통한 성격 뒷면에 예민한 자긍심이 엿보인다.

얼마전 구청장 직분으로 식목일 행사장으로 가는 길. 우왕좌왕하는 차량들 속을 살펴보니 차량에 치여죽은 개를 피해가려는 차량들로 정체되고 있었다. 운전자(직원)에게 차량통제를 부탁하고 손수 개를 도로 한쪽으로 끄집어냈다. 5분쯤 늦은 행사장에서 그곳을 먼저 통과한 직원들 40여명에게 “뒤늦게 온 구청장이 처리해야 되겠냐”며 그같은 문제처리는 공무원이 앞장서야 되지 않겠냐며 공인의 자세를 각인시켰다.

정 본부장은 아직 한달이 안됐지만 몇가지 뚜렷한 철학을 세워놓고 있었다.

본부장의 제1역할, 문화예술에 대한 편협한 생각버리기, 동등한 문화예술 향유가 그것이다.

먼저 본부장의 역할은 23명의 직원이 자신의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는 것. “문화재단은 기존의 행사나 유지하라고 만든 취지가 아니다. 지역문화예술의 활성화, 문화예술인들과의 유기적 협력, 신규프로그램 등을 통한 시민과의 소통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예산도 과감하게 투자돼야 한다. 소극적 활동과 유지에 만족할 거면 문화재단의 존재성 자체가 필요없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한, 두달을 하더라도 제대로 일하고 가겠다”는 소신발언을 내놨다.

문화예술에 대한 편협함도 개선돼야 한다. 한 예로 돈에 맞춰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에 맞춰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것이 옳다. “재작년 호두까기인형이 봉서홀에 오른 때가 있었는데 문광과 직원들이 난리가 났다. 천안사람들은 발레를 본 적이 없어 안 먹힌다는 것이다.” 그는 사고방식을 바꾸라고 했다. 100명만 보러온다 해도 좋다는 것을 알면 다음엔 200명, 400명, 그렇게 한단계씩 올라가는 것이다. 그는 천안시장에게도 “설령 그날 관객이 없어도 뭐라 하지 말라. 관객 없다고 혼내면 직원들 주눅 들어 일 못한다”고 했다. 시장도 “내가 언제 그런 거 갖고 뭐라 했냐”고 ‘쿨’하게 받아줬단다. 그 후 담당직원은 2주 앞당겨 예매를 시작했지만 5일만에 매진되는 사례를 경험했다. 그는 ‘문화는 학습에서 비롯된다’는 철학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

또한 ‘동등한 문화예술 향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예술의전당을 예로 들면 그곳은 상위 1%가 누리는 만큼 하위 1%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격’을 따지며 고급전시와 10만원씩 하는 고급공연에만 자격요건을 부여한다면 시 예산으로 지은 건물이지만 일반서민들의 전당과는 괴리가 크다. “개그콘서트를 유치한다고 격이 떨어지는가? 주요이용객인 학생들이라고 예당에 오지 말란 법은 없다.”

한편 자신에 대한 일부 논란에 대해 “본부장 자리에 문화예술전문가가 앉아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구체적으로 천안에 누가 자격이 되느냐”며 “본부장은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을 총망라하는 총괄운영자의 자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 당부인사를 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사회적 지위가 필요한 자리이기 보다는 능력이 필요한 자리다. 팔 걷고 주어진 시간 잘 했다 소리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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