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영업위탁계약’을 맺은 중개업자가 집주인 모르게 계약 내용을 변경하자, 사기·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소인 등에 따르면 중개업자 A씨는 고소인 B씨 소유 두정동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서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을 계약했다고 통보하고 실제로는 임차인과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5만원으로 계약했다는 것이다.
고소인 B씨는 중개업자 A씨가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 1000만원 중 500만원을 빼돌렸으며 월세 또한 45만원 중 10만원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고소인 C씨는 중개업자 A씨가 두정동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이라고 하고 실제로는 세입자로부터 4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C씨는 중개업자 A씨가 임차인과 전세계약을 맺었음에도 월세형태로 보증금과 월세를 지급해왔고 전세보증금 중 3500만원을 임의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고소인 D씨는 임차인의 경우다. D씨는 앞서 고소인 C씨 소유 도시형생활주택을 계약하면서 전세계약을 했지만 집주인 C씨와의 우연한 전화통화에서 임대차계약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집주인 C씨와 함께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3명의 고소인들은 중개업자 A씨의 감쪽같은 배임행위와 사기행각으로 인해 고소인들 소유 도시형생활주택의 임대차관련 전세금은 물론, 더 많은 임대인들과 임차인들의 전세금 횡령의 우려를 막고자 A씨를 엄정조사 처벌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임차인 C씨는 “중개업자 A씨와 전세계약을 했는데 집주인과의 전화통화에서 집주인은 월세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이러한 사실을 중개업자 A씨에게 알리고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줄 것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고소인들은 중개업자와의 위탁계약서와 통장내역을 증거물로 경찰에 제출했다.
담당관할서인 천안서북경찰서 경제팀은 이 고발사건에 대해 수사 중에 있으며 이번 주 안으로 중개업자 A씨를 소환할 예정이다.
경찰은 중개업자 A씨가 집주인과의 계약대로 임대차계약을 했으며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전세금 사기사건 우려
최근 천안지역에 수익형 도시형생활주택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많은 도시형생활주택이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시행사는 원활한 주택 분양을 위해 수익보장형 분양을 하고 있기도 하다. 수익보장형 분양이란 일정기간 분양받은 주택의 수익(월세)을 책임진다는 말이다.
때문에 주택을 분양 받은 집주인은 번거롭게 직접 임대차 계약을 하기보다 분양대행사와 ‘영업위탁계약’을 맺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고소인들의 주장대로 중개업자가 집주인에게는 월세계약을 맺었다고 하고, 실제로는 임차인들에게 전세 또는 반전세로 계약을 맺었다면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사례가 수십 세대에 이른다면, 전세기간 만기가 되어 돌려줘야 하는데 또 다른 임차인과 전세계약을 해서 메꿔야 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서 돌려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진다면 언젠가는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며 “몇 년전 수십억대의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011년 3월 천안과 아산지역 아파트를 월세로 빌린 후 공모해 공·사문서를 위조, 집주인 것처럼 속여 150명의 피해자들에게 48억1250만원의 가로 챈 사건이 발생한바 있다.
E모씨(46)와 F모씨(46)는 부부관계인 자들로 음봉 초원아파트, 봉명 청솔, 월봉 청솔, 신방 초원, 목천 동우, 성환 부영 아산 삼일, 아산 청솔 등 아파트 131세대를 월세로 임차한 뒤, 전세를 놓는다는 광고를 통해 새로운 임차인을 구했다.
이들은 신분을 속이기 위해 컬러복사기와 위조된 동사무소 관인을 사용해 주민등록발금신청서를 만들어 집주인 행세를 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부동산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직거래를 했으며 위조한 주민등록발급신청서와 등기부등본을 월세로 계약한 집에서 보여주며 임차인을 안심시키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임차인 131명으로부터 41억6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얼마 뒤 직산읍과 목천읍 지역 소형 아파트 53세대를 월세로 임차하고 이를 전세로 임대해 13억49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G모씨(46)가 구속됐다.
지난 2011년 7월 법원은 “피해자들이 보금자리조차 잃고 거리에 내몰리게 될 처지가 됐고, 꿈과 희망을 빼앗고 좌절과 절망을 안겨주었다”며 3명의 피의자에게 각각 징역 15년과 12년, 10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천안·아산경실련 최석림 고문변호사는 “이러한 유형의 사건이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다며 임대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중개인이 임대차계약 내용을 속였다 하더라도 임대인이 위탁계약을 맺은 관계로 임차인은 월세·전세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