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모처럼 이종희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마침 잘 했어요” 한다. 보통 4월 중순을 지나 정점에 이르는 야생화꽃을 생각해 “요즘 볼만 하겠습니다” 하니 “난리도 아니에요” 한다. 난리? 그렇게 많이 피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뜻이 담겨있는 목소리를 들으니 궁금증이 일었다. 그리고 이종희 동호회장의 야생식물원으로 달려갔다.
‘천안야초동호회’가 4월24일(목) 야생화작품전을 연다. 매년 그래왔듯 신방동 환경사업소 옆(동남구 신흥1길 46) 그의 야생식물원 한켠이 야외전시장으로 활용된다.
야생식물원에는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야 할 야생화꽃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걸까. 궁금함도 잠시, 이종희씨는 “봄이 없어졌어요” 한다.
작년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3월 어느매쯤 되어 날이 고온으로 치달았다. 사람들은 여름날씨라며 옷을 얇게 입었고, 이상기온에 속은 야생화들은 때이른 꽃잎을 피워냈다. 종희씨의 눈에 이들 야생화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평년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피고 지는 야생화들. 어떤 것들은 형성된 꽃눈이 잎으로 돌았다. 꽃을 피워내는 게 필요없다고 스스로 판단, 꽃이 아닌 잎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벌·나비도 보이지 않는가 보다.
천안야초의 작년 전시회는 5월2일. 3월의 고온에 서둘러 올해 전시회를 4월24일(목)부터 27일(일)까지로 잡았지만 이마저도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화살나무·시월벗·와송·장수매·풍로초·노랑찔레·무늬접시꽃·섬노루귀·검양옻 등 야생화는 또한 얼마나 많은가. 또한 꽃만 예쁘고 향기나는 것도 아니니 전시회는 볼 만할 것이다.
천안야초가 첫 창립전을 가진 건 2012년 10월. 10여명으로 시작해 1년 반이 지난 지금 25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글쎄요, 단란한 분위기가 좋아서일까요. 다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다툼이 없어요.”
전시회의 성격은 ‘소박함 속의 아름다움’. 사람다니는 길이 아니다 보니 분주함은 보이지 않을 듯. 순수관객 위주로 찾아와 작품을 감상하는 맛은 훨씬 좋을 거라는데 위안이 있다.
야생화와 약초의 줄임말을 뜻하는 ‘천안야초’는 별도의 회원자격이 없으며, 매월 한차례(수·토) 모여 야생화를 공부하고 작품화하는데 함께하고 싶다면 합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