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지 충남시사신문은 지난 2011년 창간기획기사 ‘특성화고등학교 설립, 시민이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때’를 통해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는 아산시에 기업과 연계한 특성화고등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특성화고등학교로 거론된 둔포고등학교 전환은 기사가 보도되기 이전부터 많은 지역민의 관심사였으며, 결국 둔포고는 2014학년도를 시작으로 아산전자기계고로 학과를 개편하기에 이르렀다. 학교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 전환과 관련해 지난해 11월26일과 27일 신입생을 모집한 결과, 100명 모집에 234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등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2014년 창간기획기사를 통해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를 탐방함으로써 우수 인력을 필요로 하는 지역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과의 연계를 위한 학교의 교육정책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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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 직업교육부장 김광희 교사와 신입생들. |
‘아산 최초’ 공업계 고등학교 설립
특성화고등학교를 찾아 아산을 떠나는 학생 수가 2010년을 기점으로 급상승했다.
2009학년도에는 천안 61명, 예산 55명, 공주 6명, 당진 2명 등 총 124명의 학생이 아산을 떠났지만 2010년도에는 천안 98명, 예산 89명, 공주 16명, 당진 8명 등 총 211명의 학생이 타 지역의 특성화고등학교로 진학한 것이다. 이는 2009년 학생 수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이어진 2011학년도에는 천안 90명, 예산 108명, 공주 21명, 당진 13명 등 총 232명의 학생이 특성화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아산을 떠났으며, 2012학년도에는 368명, 2013학년도에는 308명이 고향을 떠나 타 지역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31일, 둔포고등학교가 충남도교육청 창의인재육성과에 제출한 특성화고 전문계열 학과개편 신청서가 승인됨에 따라 특성화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아산지역 중학교 예비졸업생 및 학부모들에게 희소식이 전달됐다. 더 이상 특성화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타 지역 고교로 진학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2014학년도 신입생을 맞은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는 아산 최초의 유일한 공업계열 특성화고등학교로써 충남지역 산업진흥계획에 부응하고 지역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등 충남 서북부 전문기능인력 양성의 메카로 성장할 계획을 갖고 있어 입학생 및 학부모의 기대가 남다르다.
또한 학교는 지역 전략산업체의 취업을 위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적용하고 이에 적합한 교육·실습환경을 구축할 방침이며, 아산지역의 공업단지에 입주한 대기업 및 1차 협력업체와의 산·학·관 협약을 통해 현장적응 맞춤형 직업교육을 추진하는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취업경로를 제시할 예정이다.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 직업교육부장 김광희 교사는 “신입생 모집의 높은 경쟁률 때문인지 몰라도 일부 기업들이 벌써부터 학생 취업문의를 상의해 오고 있다”며 “현재 아산에는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과 이들 대기업을 돕는 협력업체가 상당수에 달한다. 이에 학교는 이들 기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재학생들을 지역의 우수한 산업인재로 육성할 방침이며, 최종적으로는 지역경제의 원동력이 되는 전문기능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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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실에서 AUTO CAD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
전자정보기기 및 자동차 부품산업 집적지
아산지역은 전자정보기기산업과 자동차 및 부품산업의 집적지로 관련 산업밀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아산시 산업현황에 따르면 지역의 공업단지에 입주한 대기업은 총 66곳에 달하며, 중기업 또한 157곳에 이른다. 또한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아산테크노밸리 공업단지에는 102개의 업체 중 53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고, 현재 조성 중인 아산테크노밸리 제2공업단지가 완공되면 입주 기업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산은 충남 신산업발전계획의 북부내륙권 중심지로써 전자정보기기산업 및 자동차 부품산업, 조명부품·소재산업, 금속소재·부품 가공산업 등의 산업요충지로써 인력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는 기계·금속 285명, 전기·전자·반도체·통신 414명, 화학공업 168명 등 졸업생이 취업할 수 있는 지역 제조업체의 인력수요를 예상했다.
한편, 아산지역 산업단지별 기업·고용인원현황에 따르면 아산테크노벨리에는 53개의 기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이곳 기업체에서 종사하는 고용인원은 2135명으로 조사됐다. 아산인주산단에는 38개의 기업체가 4892명을 고용했고, 아산탕정 디스플레이시티에 입주한 5개의 기업체에서 고용한 인원은 1만7176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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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공업계 고등학교의 낯선 실습에서도 그들만의 열정을 보였다. |
전자·기계분야 특성화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는 전문기능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전자·기계분야의 특성화고등학교로 발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업교육부장 김광희 교사에 따르면 학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가공 분야의 전문인력양성을 위해 1학년은 직업기초능력 함양 과정을 이수하게 되며, 2학년부터 기계 및 전기·전자 계열로 편성해 폴리메카닉스(자동화 관련 기능직종) 과정을, 3학년은 프로젝트형 현장 실무 교육과정을 수행하게 된다.
학교 교육과정은 집중 이수제로 운영될 예정이며, 보통교과와 공업계열 공통필수 교과, 전공 심화 교과, 현장 실무 교육 교과로 편성됐다.
특히 학교는 기초·전문제도, 기계 기초공작, 용접, 수치제어, 전자기초, 전자기계회로, 융합교육, 자동화, CAD·CAM 등의 실습을 통해 전자·기계 전문기능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실습실 건물을 신축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과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학교는 전자·기계과 학생들의 선취업·후진학을 위해 자격증 대비반을 비롯해 공무원 준비반, 글로벌 현장 학습반, 기능 영재반을 운영하고 있다.
전자기계과 관련 자격 및 IT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는 자격증 대비반에는 74명의 학생이 등록했으며, 생산자동화, 전산응용기계제도, 컴퓨터응용선반, 유공압 컴퓨터 응용밀링, 금형, 가스·전기용접, 특수용접 등을 집중적으로 배우게 된다.
공무원 준비반에는 9명의 학생이 참여 중이며, 기계직류 공개채용시험을 대비해 기계일반과 기계설계, 물리 등을 배울 예정이다. 또한 충남도교육청에서 추진 중인 해외현장학습반에 합격하기 위해 3명의 학생이 글로벌현장 학습반에 참여 중이며, 14명의 학생은 기능올림픽 참가를 위해 기능 영재반에 등록해 메카트로닉스와 로봇 등을 배울 계획이다.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 직업교육부장 김광희 교사는 “학기 초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학생 대부분이 선취업을 희망하고 있다”며 “학교는 이들 학생들이 적시적소의 산업현장에서 그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전문기능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지역의 기업체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괜찮은 직장’, ‘괜찮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는 자동차부품·소재, 금속부품·소재, 첨단제조장비 가공, 디스플레이, 반도체, 조명부품, 첨단장비운용, 생산자동화 등의 전문기능인력 육성을 목표로 직업기초능력 배양, 창의적 기술인재 육성, 현장 실무형 인재 육성 등의 단계별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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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리 학생(사진 우측)은 자동차 부품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를 꿈꾸었다. |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작년 10월쯤, 중학교에서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와 관련한 입시설명회를 들었는데,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엔지니어를 꿈꾸었거든요. 그전에는 천안이나 예산 쪽의 특성화고등학교로 진학할 생각을 했는데, 집 가까운 곳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돼 무척 기뻐요.”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에 입학한 최미리 학생은 여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자동차 부품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를 장래희망으로 선택했다. 관심도 없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불투명한 대학을 꿈꾸는 것 보다는 또래 아이들 보다 일찍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취업해 자신만의 꿈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여자가 무슨 자동차 부품을 만지느냐고 말이지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꼭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거든요. 부모님께 제 꿈을 말씀 드리고, 왜 특성화고등학교여야만 하는지 설명 드리니까 나중에는 부모님께서도 허락해주셨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한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멋진 선물을 사드리겠다고 약속 했거든요.”
이어 최미리 학생은 “공업계 고등학교라 처음 접하는 단어들이 생소하지만 기초부터 튼튼하게 다질 생각이에요. 그리고 2학년에 올라가서는 전산자동화, 전산응용기계제도, 유공압 컴퓨터 응용밀링 등 딸 수 있는 자격증은 모두 취득할 생각이에요”라며 “아직 멀리에 있는 꿈이지만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을 해서 경험을 쌓고, 또 공부를 하다보면 자동차 부품을 설계하는 제 자신과 만날 수 있을 것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최 양은 “수원에서 살다가 아산으로 전학 왔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취업을 하게 된다면 아산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물론 아주 멋진 남자에게시집도 가고, 예쁜 아이도 낳고 말이지요”라며 “다행히도 학교선배들이 우리 신입생들을 너무 잘 대해주고, 선생님들도 저희들에게 애정을 듬뿍 쏟고 있어요. 저희가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의 시작을 알리는 ‘첫 학생’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나중에는 학교의 대선배가 되겠지요? 그때가 되어서는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멋진 선배가 되겠어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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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 최미리 학생은 “집 가까운 곳에서 특성화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게 돼 무척 기뻐요”라고 말했다. |
한편, 직업교육부장 김광희 교사는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 탄생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사에 따르면 지역의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지역의 기업에 취업해 새로운 경제활동을 창출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 학생들은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통해 지역에서 가정을 꾸리게 될 것이며, 이들의 소비를 통해 서비스업을 비롯한 다양한 업종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산전자기계고등학교 직업교육부장 김광희 교사는 “이들 학생들의 시작이 미약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훗날 지역경제의 주춧돌로서 아산시민의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낼 것이라 믿고 있다”라며 “아산에서 최초의 공업계 고등학교가 탄생하기까지 지역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민들의 기대와 희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사로서의 책무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