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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 비바람 피하기 어려운 집에서..

희망2014 이정환(가명·73·천안성거읍)

등록일 2014년04월0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정환(가명.73)씨.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사니까 늘 미안스럽죠. 이제 겨울을 잘 버텼으니 비만 좀 피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렵게 말문을 연 이정환씨는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눈치였다.

천안 성거읍 신월리. 국도1호변 커다란 건축자재회사의 옹벽 밑 야트막한 언덕에는 다 쓰러져 가는 작은 집 하나가 있다.
오래된 슬라브 천장과 푸석이는 블록이 위험해 보이는 낡디낡은 집이 바로 그의 안식처.
지은지 대충 30년이 넘어 보였다. 어두운 실내에서 올려다 본 천장으로는 군데군데 빛줄기가 들어온다. 바로 하늘과 통하는 송송 뚫어진 지붕이다.

‘여기서 매년 겨울을 나신 거냐’는 물음에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정환씨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생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족과 헤어진지 15년이 넘었다는 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이제 간간이 찾아오는 지인들과 담당 사회복지사 뿐이다.

오리부화장은 IMF에 무너지고…

충남 보령이 고향이었다는 이정환 씨.
3남매의 장남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이정환씨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 종로로 이사를 올라올 정도로 교육열이 뜨거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대천의 시골에서 유년을 보낸 그에게 서울의 문화와 환경은 낯설기만 했다. 학교생활에는 전혀 적응하지 못했고 가족과의 갈등 속에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말았다. 가정은 급속도로 어려워졌고 제대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그의 방황은 계속 됐다.

다행스럽게 당시 떠오르던 자동차 부품가게에서 일하던 그는 21살이던 1963년, 군 입대를 앞두고 결혼을 했고 제대 후에도 그 일을 생업으로 넉넉지 않은 삶을 이어갔다. 아내와의 사이에서는 삼남매를 두었지만 상민씨는 그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다정하지 못한 아버지였다.
천안에 적을 두게 된 것은 서울에서 만난 지인의 권유가 계기였다. 이씨는 큰 결심을 하고 1988년 다른 가족들을 서울에 두고 홀로 천안에 내려와 성거에 오리부화장을 열었다. 1만2000개 짜리 부화기 3~4개를 돌리며 작은 부화장을 운영하던 그는 당초 돈이 모아지고 자리를 잡을 만하면 가족들을 데리고 내려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오리들을 키우며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쉽게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위기를 맞게 된 것은 바로 1998년의 IMF.
5000원하던 사료가 몇 달새에 1만원이 되고 다시 1만5000원이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돈도 부족한데다 산란률이 떨어지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다보니 결국 아슬아슬했던 사업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천안에 내려온 지 꼭 10년만의 일이었다.
 
가족과의 단절, 복지사각지대에 ‘덩그러니’

“그동안 가족들이 찾아온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날 버렸다고 생각해요. 내가 찾아갈 염치도 없고…”
중간에 많은 사연이 있을 것 같지만 이씨의 침묵은 길어져만 갔다.
부화장을 접고 난 뒤 막노동일을 시작한 그는 수전증과 건강악화로 제대로 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현재 법적으로는 가족관계가 이어져 있기 때문에 자녀들이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로도 등록할 수가 없다. 70대의 그는 이제 온전한 ‘복지사각지대’에서 독거노인으로 늙어가고 있다.
다행히 국민연금 초기가입자로 나오는 월 9만여 원과 노령연금 9만여 원이 그의 생활비의 전부. 공과금을 내고 나면 기초적인 생계를 잇기도 쉽지 않다.

‘외풍’이라고도 말하기 힘든 그의 방은 사실상의 ‘야외취침’이나 다름이 없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땅은 남의 땅이지만 집은 98년 당시 전 재산 500만원을 주고 산 집이라는 것. 주변의 제보로 그의 사정을 알게 되고 관리에 들어간 천안시 사례관리담당 전문요원은 집보수 무료봉사 연계 및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 필요한 행정지원을 해 주기로 한 상황이다.
그의 지금 소원은 단지 들이치는 비바람만이라도 피할 수 있으면 하는 것.
그는 과연 이곳에서 작은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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