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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 투석, 각종 당뇨합병증보다 걱정되는 건…

남편은 알코올중독 입원, 중학생 아들은 사실상 혼자 사는 중

등록일 2013년12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서미경(44·가명·북면 연춘리)씨.

1997년 말, 한국을 강타했던 IMF구제금융.
우리는 최단기간인 4년여 만에 이를 극복해냈다며 다시금 높아진 현재의 경제위상을 스스로 대견해 하고 있지만, 당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직장인들의 대규모 해고와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여전히 깊은 상처로, 잊지 못할 아픈 기억으로 잔존하고 있다.
얼마 전, 천안의 한 병원에서 만난 서미경씨의 가족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IMF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아파하는 중이었다.

IMF와 실직, 무너지는 가족들

천안시 광덕면 신덕리가 고향인 서미경씨는 23살 때 전화국 직원 등으로 일하다 경기도 일산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나 2년 정도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됐다. 공기업에 다니던 남편과의 사이에는 두 아들이 생겼고 남부럽지 않은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IMF와 그로 인한 후폭풍은 그녀가 가졌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앗아가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명퇴바람의 말미였던 5년여 전, 남편은 43세의 나이로 명예퇴직을 했다.
새로운 환경 앞에 건축일을 포함해 여러 가지 새로운 사업을 시도했던 남편은 손을 대는 일마다 족족 실패했고, 그 아픔을 알코올에 의존해 치유하려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남편은 점점 난폭해졌고 아내와 아이들에게까지 손을 대기 일쑤였다. 폭행이 끝나고 술이 깨면 몰랐던 일이 되는 남편은 더 야속하기만 했다.
최근 1~2년 사이로는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아들들과 아버지의 사이는 점점 벌어져 이제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까지 악화됐다. 큰 아들은 입대를 한 상태지만 이제 중학생이 작은 아들은 아버지를 기피하는 상태가 걱정될 정도다.

그런 남편은 결국 안성에 있는 알코올치료센터에 강제 입원됐고 현재 3개월째 치료중이다. 힘들면 술에 의지하는 습관을 치료하기 위해선 앞으로 6~7개월은 더 필요하다는 것이 병원측의 소견이다.

건강과 함께 모든 것을 잃은 서씨

서미경씨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 또한 남편의 명예퇴직 시기와 궤를 같이 한다.
임신성 당뇨를 앓았던 서씨는 당뇨가 악화돼 계속 고생중이다. 당뇨합병증으로 수술만 7번을 했다고 한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시신경이 모인 황반의 핏줄이 터져 시력이 크게 떨어졌다. 목에도 염증이 생겨 턱 밑에 피고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또 다리 혈관이 막혀 대퇴부를 뚫어 혈액순환을 시키는 조영시술도 받았다. 얼마 전에는 폐에 물이 차 숨을 못 쉬는 상태에서 응급실로 실려와 기관 삽관을 하고 일주일간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했다.

북면으로 이사온 지 서너달이 지났지만 집에 있었던 시간은 열흘남짓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당뇨환자에게 쉽게 발생하는 신장병이 가장 위험한 상태다.
현재 북면 연춘리에 사는 서씨는 일주일에 세 번씩 충무병원 인공신장실을 찾아 혈액투석을 받는다. 벌써 일년여 간을 하루 4~5시간씩 투석을 받는 중인데, 투석을 받는 날이면 온 몸의 기력이 다 새어 나가는 느낌이다.

4년여의 투병기간동안 수차례의 수술과 치료로 소요된 의료비만 1억원 정도. 그동안 애써 모아놓았던 가산은 그렇게 다 없어지고 현재 7, 800의 부채가 쌓여있다.
막내여동생이 조석으로 그녀를 돌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언니는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다.

“언제쯤이나 치유가 가능할까요?”

“작은 애가 가장 큰 걱정이에요. 이제 중학생이 매일 혼자 먹고, 자고, 학교에 다니는 중이니 오죽하겠어요. 콩팥만이라도 괜찮으면 무슨 일이라도 해서 건사할텐데 너무 안타까워요.”
서씨의 사정을 알게 된 주변에서는 김장도 도와주고 관심을 써주고 있지만 엄마의 마음은 늘 안쓰럽고 미안하기만 하다.

현재 신장장애 2급으로 월 11만6000원을 지원받고 있는 그녀는 사회복지사를 통해 근로능력이 없는 남편과 본인의 상황을 설명하고 11월1일 기초수급자 신청을 접수한 상태. 곧 심의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민감한 시기에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일어나고 싶어하는 서씨. 한달 전 보았던 남편은 그나마 많이 회복된 상태였다며 스스로 다소나마 위안을 찾고 있다. 서씨의 상처는 언제쯤이나 온전히 치유될 수 있을까.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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