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동안 봉서산 지킴이로 생활해온 이해득 할아버지는 요즘도 매주 토요일이면 빗자루를 들고 봉서산에 오른다.
이해득 할아버지, 봉서산 등산로 청소 및 정비에 앞장
후끈후끈한 도로 열기는 봉서산 산행을 하며 어느덧 서늘한 기운으로 한기마저 감도는 지난 19일(토) 오후 3시경. 봉서산 고개위 벤치에선 한 노인이 운동복에 먼지를 가득 묻힌 채 쉬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의자에 걸쳐 있는 면장갑과 지팡이, 그리고 플라스틱 빗자루와 한가득 담긴 쓰레기 봉투 한 개가 놓여 있었다. 뭐하는 사람일까. 지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스쳐보는 것으로 호기심을 씻고 곧바로 자신들의 일에 열중한다.
이해득(73·봉명3통) 할아버지의 이런 모습은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봉서산에 나타남으로 시작되고, 오후 3∼4시경이면 다시 사라지길 십수년 반복하고 있다.
벤치에 앉아 노곤한 몸을 달래는 이 할아버지는 ‘봉서산 지킴이’를 자처하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난 봉서산이 처음 개발될 무렵인 80년대 초부터 관계를 맺고 관리해 오고 있어.”
이 할아버지는 그동안 봉서산 마니아들과 운동기구 등을 비롯한 등산로 가꾸기에 온 힘을 기울이며 때론 시에 건의해 협조를 받아왔다. 나이든 지금도 이 할아버지는 매주 토요일이면 빗자루와 쓰레기 봉지를 들고 아침식사 후 걸음을 재촉해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 길은 많은 사람이 다니는 데도 불구, 대다수 시민들은 줍거나 청소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하물며 나같이 쓰레기를 줍고 청소하는 사람한테 인사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고 섭섭함을 표현했다.
플라스틱 빗자루는 두세달 쓰면 닳고 고장나 새로 사 쓴다는 이 할아버지는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봉서산행을 통해 뭔가 좋은 것을 취하려고만 하지 말고 베풀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며칠 전 쌍용주민이라고만 밝힌 사람은 이곳 등산로를 따라 방범등이 설치돼 있는 것과 관련, 지지대를 나무로 사용해 굵은 철사줄로 동여매 나무숨통을 죄고 있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그는 몇 년 전에도 이같은 지적을 시에 얘기 했으나 최근 봉서산에 올라와 보니 그대로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실제 기자가 확인해 보니 나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는 모르나 그같은 말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