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0주년, 이른바 금강혼식을 맞이한 정운팔(87), 유은문(79) 부부. 60년전과 다른 것은 주름살뿐.
장성한 8남매 훌륭히 키운 부부…전통혼례로 새 부부연 맺어
만개한 봄기운을 홀로 반기기는 아쉬운 4월, 이 때문인지 쌍쌍이 혼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22일(일)에도 천안 각처 예식장은 붐비는 손님맞이로 즐거운 비명. 이날 청룡동 한적한 곳에서는 색다른 혼인식이 거행돼 눈길을 끌었다.
정운팔(87), 유은문(79) 부부는 22일 청룡동 청수산장에서 금강혼식(金剛婚式)을 맞았다. 금강혼식이란 결혼 60주년과 75주년을 일컫는 말로 25주년은 은혼식, 50주년은 금혼식이라 부른다.
오후 3시경이 되자 50여명의 가족·친지들은 전통혼례로 진행되는 금강혼식을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청수산장에 모여들었다. 곧 노인부부는 연지곤지 단장에 전통예복으로 갈아입었다. 설레는 마음이야 어디 노부부와 같을까.
일제시대에 태어나서 나라잃은 설움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몸소 경험한 세대. 그 고단한 삶을 살아온 이들 부부에게 60년간의 부부의 연이란 하늘이 이어준 선물일 수밖에.
곧 4명으로 구성된 사물놀이패의 앞놀이 마당이 장내를 흥겹게 돋웠다. “두 사람이 하나됨은 만복의 근원이요, ….” 가락이 멈추자 청·홍초에 불밝힘으로 노부부의 60년만의 두번째 혼례가 치러졌다.
백년해로(百年偕老)를 기원하는 목각 기러기 한쌍이 초례상에 놓여지며 이들은 노부부에서 새신랑·각시로 거듭 태어났다. 장성한 8남매 대가족들의 축하노래가 창공으로 퍼졌다.
“나실제 괴로움 다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바이올린 선율에 따라 노래 중간 중간 눈시울이 붉어지는 새신랑·각시와 가족들. “노래부르다 눈물이라도 나면 어쩌지” 속삭이던 큰며느리 송정자(54·원성동)씨는 담담히 노래를 끝냈다.
가족들은 금강혼식을 치루며 생명을 새로이 이어가는 전설속의 불사조처럼 새부부의 연도 그러하기를 바랐다.
넷째아들 정요택 씨는 “15년 후의 금강혼식을 또다시 맞이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혼례도 두 번, 금강혼식도 두 번’ 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혼례행사가 끝나고 다들 5시쯤 이른 저녁식사를 하는, 한쪽에선 정운팔 할아버지는 “더이상 원(바람)은 없어. 없구말구” 라며 잠시 인생을 회고하듯 창공을 본다. 아마도 주마등 같이 스쳐 지나는 옛시절들에 빠져들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