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행(배방면 구령2리 이장)
무더운 여름의 비닐하우스 안은 용암 속과 같다.
뜨거운 열기가 머리를 짓누르며 서있기 조차 힘들다.
아산시 배방면 이전행(52) 구령2리 이장은 그런 하우스 안에서 오이를 작목한다.
비닐하우스 재배같은 것을 시설재배라고 하는데, 이 농사를 시작한 지도 벌써 7년이 넘는다.
그러나 천여평 남짓한 땅덩어리가 이 이장에게 가져다 준 것은 1억여원의 빚뿐이다.
물 뿌리기, 햇빛 가리기 등 자동화를 하면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다고 정부가 장려해 시설자금을 끌어다 쓴 것이 원인이 돼 이제는 이자감당하기도 힘들다.
배방면 오이는 서울가락시장 내에서도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값을 깎으려고 하면 안 판다며 손을 내젓는다.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품질이나 농법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이런 품질에도 불구하고 농가는 빚의 늪에서 빠져 나오질 못하고 있다.
이 이장은 요즘 들어 걱정이 더 크다. “최근 몇몇 농가에서 빚을 못 갚아 부도가 났는데 연대보증이 없다고 하지만 여기 사람들 거의가 연대보증이 돼 있어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는 것.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농사하는 사람도 없고 한마을이 쑥대밭 되는 것은 반년도 걸리지 않는 일”라며 혀를 끌끌 찬다.
몇 년전만 해도 정부에서 시설재배를 하라고 촉구하며 영농자금이다, 정책자금이다 하여 지원했지만 현재는 1% 금리 인하, 가뭄에 콩 나듯한 지원이 고작이다. 아예 지원을 하지 말든지, 아니면 확실한 대책을 세워주든지.
해마다 장마로 인해 시설 농가가 입는 피해는 또 얼마던가. 이런 것을 생각하면 농사지을 맛이 안난다. 그래도 농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배방 오이의 우수성을 알아주고, 이자 조금 갚아보겠다며 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전행 이장은 “선진농업이고 뭐고 보고 듣는 것은 많지만 엮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전자상거래를 시가 주도해서 하는 것과 크기가 고르지 않더라도 좋은 품질은 좋으니 팔 수 있는 판로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작은 이익이라도 남기고 싶은 농민의 소망을 내비쳤다.
이 이장의 한숨소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파종한지 얼마 안되는 오이는 쑥쑥 커가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