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가 발의하는 조례안이 시와의 시각차로 ‘반쪽짜리’ 조례로 태어나고 있다.
지난 4대까지 의원발의 조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의회는 5대 들어 수십건을 발의했지만 정작 일부는 시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 의원발의의 심의를 의원들이 함으로써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시가 일치된 동감을 하지 않으면 그 차이만큼 삐걱거릴 수밖에 없는 처지.
현재 상임위 심의를 끝낸 ‘천안시 장애인 복지기금 설치건’과 ‘새마을운동 조직 지원조례안’도 그같은 문제에 놓여있다.
장애인 복지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안은 심상진 의원이 발의했다. 여기에는 시 출연금이나 기금운용수익금, 기타수익금으로 조성하며, 기금의 존속기간은 5년으로 하고 있다.
심의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장기수 의원이 “기존예산을 포괄하고 있다”며 “별도예산으로 출연하는 거냐”고 물었다. 김수열 주민생활지원과장은 이에 “그렇다”는 대답과 덧붙여 “하지만 일단 조례안을 마련했다는 의미에 만족하고, 관련예산 확보는 사안을 봐서 하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그게 우려스럽다. 조례는 설치되는데, 내년 기금조성계획도 없고 이해해달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도 예산이 없어 못하는 사업이 많다. 부채 갚기에도 바쁜 천안시가 기금조성하는 것은 힘들다. 조례가 원활히 진행될지 문제의식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형교 주민생활지원국장이 나서 “장애인들에게 ‘우리도 기금이 있다’는 사기진작도 되고, 조례가 설치되면 기금도 받을 수 있는 등 장애인에 대한 관심 제고측면도 있다”고 좋게 봐줄 것을 기대했지만 장 의원은 “오히려 장애인에게 자긍심이 아닌 허탈감을 불러 올 수도 있다”고 못마땅해 했다.
유영오·정도희 의원이 발의한 ‘새마을운동조직 지원조례안’도 사정은 마찬가지. 새마을 운동의 계승발전, 해외보급, 활동비 등을 지원하는 근거를 만들었으나 시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시 관계자는 “기존에 다 해오던 것들이고, 또 지원해오는 것들”이라며 “이를 명문화 해놓는다 해서 눈에 띄게 지원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새마을조직이 지금까지 해온 활동보다 훨씬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 만큼 타 (관변)단체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심의·의결권을 가진 의원들은 ‘의원조례’를 만들고 통과시키는데 자유로우나, 결국 시행정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시쳇말로 ‘빛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만나면서 의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