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순권 차돌주민자율주·정차위원장
“원칙은 인생의 순리이며, 모든 문제해결의 근본이라는 것을 잘 알아요. 하지만 인간이다 보기에 조급함이 앞서고, 그러다 보니 때때로 ‘빠른 길(편법)’을 찾게 되는군요.…그래도 원칙대로 살아야겠죠.”
봉명동 차돌주민자율 주?정차위원회의 백순권(충남가구 대표) 위원장은 최근 ‘원칙’과 ‘편법’ 사이에서 잠시동안 갈등을 겪었다. 원칙이 과정을 중시한다면 편법은 결과를 위한 수단. 결과를 얻는 데는 편법보다 더 쉬운 방법이 없다. 허나 편법으로 얻어진 결과는 그 성취감이 적으며,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편법은 결코 도덕이나 양심에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달여 넘게 고민했던 백 위원장은 결국 원칙주의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다잡았다. 그리고 한때나마 편법에 대한 유혹에 빠졌던 자신을 채찍질했다.
백 위원장을 이런 고민에 빠뜨린 것은 이곳 차돌길 노상주차장에 장기주차 차량이 늘어나면서부터다. 현재의 차돌길 무료 노상주차장은 실상 ‘유료화’된 곳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시의 유료화 방침을 어렵게 무료화로 돌려놓았던 사람은 이곳 상인들. 게다가 매월 2만원씩의 회비가 모아져야만 무료화를 유지할 수 있는 처지.
그러나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부 시민들은 ‘장기주차’도 서슴지 않으며 차돌위원회의 노력을 공(空)으로 돌려 놓았다.
“이곳 상인들도 될 수 있으면 차를 대지 않습니다. 차를 대지 않는 상인들에게는 1만원의 회비를 깎아주며 권장하고 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장기주차 차량의 점유공간이 늘어나고 있어 이곳의 운영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들 차량에 대해 ‘양심’ 이외에 어떠한 제재조치도 취할 수 없는 법적 취약성을 느낀 백 위원장은 ‘주민 자율유료주차장’으로의 변경 운영을 시에 건의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1백16개 상점 중 98%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필연코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선거철을 이용한다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도 모색했다.
“그것은 분명 빠른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법이 될 지는 몰라도 일의 순리는 아닌 것을 압니다. 현대사회에 만연돼 있는 하나의 편법이죠. 저 또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쉬운 길’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지만 과정 과정 공들이기로 새롭게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힘있는 이들을 통해 성사시키려던 생각을 집어던지고 대신 ▶지장물 철거 등 상인들 먼저 주차질서에 솔선하기 ▶캠페인 등을 통한 무료화 취지 알리기 ▶장기주차인 설득하기 ▶문제점 해결을 위한 시 관심 제고 등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이중주차나 교차로내 주차, 장기주차 등의 운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때로 뺨도 맞고 갖은 욕설도 들으며 앞장서 왔던 백 위원장. 그는 그동안 너무 지쳤었나 보다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는 교통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