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선관위 지도계 요원들
“요맘때가 불법이 성행할 시기입니다. 감시와 제약이 심해지는 선거운동기간보다는 오히려 불법적인 행태가 극심할 때죠.”
천안시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한상곤·선관위) 지도계 요원들은 요즘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면 자정이나 돼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간다. 게다가 밤낮 안가리고 제보전화가 걸려오는 통에 짤막한 취침시간마저 방해(?)받기도. 윤석진 지도계장(사진 뒷줄 가운데)은 얼마전 새벽 4시경 선거법을 묻는 한 통의 전화에 그날 하루가 피곤했다.
선관위 지도계원들은 지난 4월19일(금) 본격적인 선거활동을 위해 인근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30여평 남짓한 기존 사무실은 관리계와 홍보계가 쓰기에도 부족, 지도계만 넓은 2층 건물로 옮긴 것이다. 오는 18일(토)에는 50명의 부정선거감시단이 발족, 성정동 사무실을 개소해 두 사무실을 이용하게 된다.
“요즘도 본 직원 3명을 비롯해 파견?공익요원 8명, 그리고 부정선거감시단 조장들이 뛰고 있습니다.”
이기화 지도담당관(사진 앞줄 왼쪽 첫번째)은 예년보다 불법선거 행태가 늘어났다며 우려를 표명.
“최근 10여일동안 11건이 적발되는 등 위반건수가 늘었습니다. 단속의지가 강화된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법행태도 예년 못지 않은 것 같습니다”하며 사뭇 걱정스런 투다.
지도계는 조심스럽게 시민의식에 대한 문제를 짚는다. 선심관광이나 음식물?금품제공에 대한 얘기는 벌써부터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지만 실제 신고자가 적다는 것이다. 신고자의 익명 보장과 포상금제가 열려 있는데도 뒷탈 등을 의식해 당사자가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잘못된 의식의 하나죠. 신고하면 밥을 얻어먹은 신고 당사자도 걸린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음식물을 제공하는 이들이 ‘얻어먹은 사람도 범법자’라는 것을 은근히 주지시키는 모양입니다.”
플래카드 등 홍보물을 통한 시민의식 계도에 극대화를 이루기 위해서 지도계는 좀 더 파격적이고 구체적인 문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파격적 문구는 선례상 효과적인데 반해 반발의 여지가 있습니다. 보궐선거가 만연했던 서울 구로구에서는 ‘자존심을 지킵시다’란 표어로 호응을 얻기도 했으나 ‘먹고 찍지 말자’는 표어를 사용했다가 문제가 된 지역도 있었죠.”
‘밥 한끼에 참정권을 팔지는 맙시다’, ‘표를 달라는 접대성 음식은 반드시 목에 걸린다’, ‘유권자여, 정신차립시다’ 등은 한번쯤 써볼만한 표어들.
지난 14일(화) 오후 7시쯤 된 시각, 지도계는 급한 제보를 받았다. 대규모 행사가 벌어지는 곳에서 많은 입후보예정자측에서 명함을 뿌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흡사 5분대기조처럼 일사불란하게 출동하는 이들에게 ‘선거철, 제일 바쁜 사람들’이라는 타이틀이 적합할 것 같다. 공명선거에 봄은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