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집 15살 유종훈
40여명의 장애인이 모여 사는 천안시 구룡동 사랑의 집(원장 윤경순)은 스스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길러 생활하는 자립형 시설로, 농사철인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노동에서 특혜를 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데 두 명은 구성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다니지만 아직 학교에 가지 못하는 형편에 있는 아이도 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중학교 2학년쯤 되는 15살 종훈이를 찾으려면 예닐곱 살 아이를 찾아야 한다. 앉아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여섯살쯤의 앳된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반신을 못쓰는 소아마비로 이곳에 왔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몇걸음 걸을 정도로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아직 멀었죠.”
지혜는 가졌으나 몸이 안따라 주는 종훈이. 그를 보는 윤 원장은 언제나 씁쓸한 마음이다.
종훈이가 이곳에 온 지는 7년 전. 그 당시 방송으로 소개된 인연으로 찾아온 종훈이와 그 부모. 그러나 몇 번 찾아오며 종훈이를 살피던 부모가 발길
을 끊은 지 벌써 6년이 넘었다. 부모의 버림에 종훈이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지 알 길은 없다.
언어구사력이 없는 종훈이에게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면 비디오 보기. 보고 또보고 하다 보니 웬만한 비디오는 줄줄 암기한다.
“내년엔 학교를 다녀야지.” 원장이 넌지시 학교이야기를 꺼내자 변화없는 표정 한쪽에 설레임이 있는 듯. “학교에 빨리 가고 싶으면 몸을 자꾸 움직이도록 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야지.”
종훈이가 학교에 갈 수 있다면 장애인 특수학교인 인애학교로 가야 할 것이다. 가까운 구성초등학교에 특수학급이 있지만 종훈이 정도의 장애는 역부족. 15살이면서도 몸은 여섯살인 그가 좀 더 사회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학교를 다녀야 할 터인데, 과연 몸상태가 따라줄 지 원장은 내심 걱정이 크다.
종훈이도 그런 사실을 아는지 지난 8일(수) 나들이를 했다. 구경을 다녀서 좋기도 하지만 몸을 회복시키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택시하는 사람들로 모인 ‘천안 시누회’가 이곳 식구들을 데리고 아산 현대자동차를 견학하고 신정호에 들러 야외예배, 그리고 맛난 저녁식사를 베풀고 돌아오는 나들이에 종훈이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재미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