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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쉼터에 포도나무 “우린 가족이에요”

등록일 2002년05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포도나무를 심자!” 화창한 봄날, 알코올 중독쉼터(원장 이영철) 20여명의 식구들은 30㎝만한 포도나무를 심었다. 아침 저녁으로 쉼터예배를 인도하는 문만주씨가 어디선가 포도 묘목을 구해온 것이다. 문씨는 성거읍의 어느 포도농장에서 구했다며 싱글벙글. 이곳 사람들도 유실수에는 관심이 많은가 자신들이 하던 일도 팽개치고 모여들었다. 어떤 이는 오리밥을 주다가, 또 어떤 이는 염소와 씨름하다 달려왔다. 삽은 두 자루. 먼저 삽자루를 잡은 사람순서로 좋은 위치를 정해 묘목을 심었다. 구덩이를 파기도 전에 욕심껏 좋은 묘목부터 고르는 사람도 있었다. 두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어정쩡하게 앉아서 두 손으로 힘겹게 삽질을 한다. 제법 삽질해본 솜씨가 났다. 옆에 있던 이가 도와준다. 물당번을 정하지도 않았는데 물을 담아와 주는, 마음 착한 이도 있었다. “이들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게 될 때면 이곳 쉼터도 많은 발전이 있을 겁니다.” 아직은 경영상 어려움이 있고 헤쳐나갈 사안들이 많은 쉼터. 이영철 원장은 어린 포도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틔우고, 그리고 열매를 맺을 것처럼 쉼터도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길 바라듯 잠시 하늘을 쳐다본다. 몽상가의 얼굴이다. 20여 그루의 포도묘목은 금새 울타리 옆으로 길게 심겨졌다. 3년이면 덩굴을 드리우며 시원한 그늘과 맛난 열매를 한아름 선사할 것이다. 모두의 얼굴에는 봄빛같은 화사함이 묻어났다. 포도묘목은 알코올 쉼터의 막내로 들어왔다. 먼저 들어온 조경수는 수십그루. 그동안 높은 철 울타리로 둘러쳐진 곳이었지만 봄이 시작된 3월부터 울타리를 없애고 갖가지 조경수로 담을 대신했다. 식구들의 땀방울로 이루어진 조경은 머지않아 알코올 중독쉼터를 멋지게 치장할 것이다. 이날 쉼터를 방문, 함께 포도 묘목을 심은 이철호(42?성정동)씨는 “철망으로 둘러싸인 쉼터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며 즐거워했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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