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 경로잔치를 벌인다. 회비를 걷고 있지만 매년 허덕이는 게 재정이다. 들어올 데는 적은데 쓸 곳은 항상 넘친다. 할 수 없다. 이번에도 돼지 한 마리 거저 줄 집을 찾는다. “한 마리만 주세요.” 별 어려움 없이 돼지를 받았다. 돼지를 앞세워 이제 잡아줄 곳을 찾는다. 그 다음 읍 청년회원들은 돼지를 삶고 그들의 안사람들에게 음식을 맡긴다. 경로잔치에 가장 중요한 돼지고기를 마련했으니 걱정은 없어졌다. 인심이 넉넉한 시골, 아직까지는 정이 있다.
직산읍 청년회는 이런 순박한 인심에 힘입어 오는 5월3일(금) 17년째 꼬박 ‘읍 경로잔치’를 벌이게 됐다. 청년회가 탄생한 것은 지난 81년도. 그리고 3∼4년 뒤부터 매년 경로잔치를 해왔다. “예전 선배들은 부족한 회비를 충당하려고 소를 키운 적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땅을 임대하고 회원들이 공동경작을 통해 회비를 마련하고 싶은데 임대비가 만만찮아 아직 어려워요.” 김기철 청년회장(39)은 읍 인구가 늘다보니 7백∼8백명의 어르신네들이 경로잔치에 참여한다며 돈을 벌어야 좀 더 맛있게 베풀 수 있다고 아쉬워한다.
이번에도 음식장만에만 전체가 이틀을 고생해 3일 오전 11시 직산초등학교 뒤편에 있는 성산 체육공원에서 어른들을 대접한다. 한삼우(35) 총무는 “올해엔 각설이를 특별히 모셔 볼거리 수준(?)을 높였다”고 한다. 게다가 국악과 창이 깃들고 노래자랑도 겸사겸사.
“이런 행사에 우리 힘만으로는 못해냅니다. 정형교 읍장님은 제일 든든한 지원자예요. 또 면내 기업체에서 좋은 뜻에 쓰일 수 있도록 후원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죠. 지역 유지분들도 많은 정신적·물질적 도움을 주고 있어요. 액수의 많고 적음은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
청년회의 재무를 맡고 있는 이화명(34)씨는 작은 지역사회에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얘기한다. 48명의 청년회원과 48명의 청년회원 안사람들이 펼치는 직산읍 경로잔치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고생이 큰 만큼 보람도 큰 것. 직산읍민 모두가 하나 되는 날이다.
대부분이 순박한 농사꾼으로 구성된 청년회는 이 행사 외에도 매년 8월15일 읍민체육대회를 이끌어 왔으며, 연말 불우이웃돕기 등 직산읍 주춧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