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우려 없어도 접견 안돼- 도주우려 및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는데도 경찰서 수감자들이 접견이 안돼 민원인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아산경찰서에 남편 접견을 간 이진숙씨는 경찰들과 4시간 승강이를 하고 서장실을 두 번 방문하고 나서야 접견할 수 있었다. 지난 23일(화) 이씨의 남편인 이경수 민주노총 충남본부장이 아산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유치장에 수감된 상태였다. 이경수 본부장은 작년 현충사주차장 유료화, 노점상단속건과 관련해서 5월15일 선고를 앞두고 있고, 지난 12월 S사 노조의 용역깡패 추방 연대파업과 관련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되도록 빨리 S사 노조 관련건으로 기소가 되어야 재판 병합을 추진할 수 있기에 S사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그런데 아산경찰서는 지난 23일 오후 2시에 출석한 이후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았음에도 단 한 명도 접견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음 날 이진숙씨는 수사과장 면담을 요구했다. 면회를 제한하는 사유에 대해 수사과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태의 입감자에 대해선 모두 면회를 불허한다”며 “법률 조문은 아니고, 규정이나 규칙에 그런 조항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원회는 접견을 금지하는 것은 법률에 규정된 것은 아니고, 경찰 내부규정이다. 규정에는 ‘중대한 수사상의 지장을 초래하거나 증거인멸,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접견을 제한할 수 있다’고만 해 실제 중대범죄사실이 없다면 접견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권위원회는 가족 면회 요구에 대해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안되는 일이고, 면회 거부의 이유가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었다. 이같은 사정은 대전에서 온 유모씨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말다툼이 커져 출석한 처제가 아산경찰서에 수감되자 면회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처제는 신분이 확실하고, 전과가 없고, 주거도 확실해 유씨가 생각하기에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됐지만 접견을 거부당하자 격분했다. 이진숙씨는 두 번의 서장실 방문과 청문감사실에 접견 관련 법률검토를 받은 후에야 남편과 접견할 수 있었고 이를 아산인권운동사랑방에 알렸다. 이씨는 “접견을 거부당한 것은 현재까지 경찰서의 관행이었고, 예외는 한 번도 없었다고 들었다”며 “규정의 예를 들어 도주 우려가 없는 피의자까지도 접견할 수 없는 것은 아산시의 인권의식 결여 및 피의자 가족 기본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항변했다. 또한 임인수 인권운동사랑방 목사는 “피의자 가족의 기본권을 계속 저해할 수 없도록 이번 사례와 함께 다른 사례를 모으고, 항의해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산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영장이 발부되기 이전에도 접견을 거부할 수 있다”며 “이것이 인권을 무시하거나 피의자의 권리를 막기 위해서가 아님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아영 기자